내가 최애하는 알랭 드 보통씨의 다른 책.
요즘처럼 더더욱 뉴스에 온 신경을 기울이게 되고,
각종 소식들이 빠르게 나에게 접근해오는 이 시대에
'생각'이라는 걸 심어주는 소중한 책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보도할 때, 뉴스는 끔찍한 행동을 특정한 인물의 고유한 행동으로 보이도록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유용한 결론을 끌어내는 데 주저한다. 그 결론이란, 우리가 끔찍한 행동으로부터 머리카락 한 올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p.225
혼란스럽다. 온갖 증오가 넘치는 자극적인 뉴스와 댓글들 속에서.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언제든 최악의 인간으로 돌변할 수 있고, 살인자가 되거나, 바이러스 숙주가 되어 병을 퍼트리고 다닐 수 있다는 극단적인 가능성들이 무섭다. 뉴스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영상과 내러티브만을 접한 채 상황을 판단하고, 생판 모르는 타인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쉽게 비난하는 나약한 근성을 언제까지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남을 쉽게 판단하는가, 특히 마녀사냥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칠 일 없을 타인을 비방할 시간에 고요히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텐데.
하지만 그러다가 또, 국민청원에 참여하여 어떠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내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자기와 관련 없는 사람의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겪은 불행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멋지고 가슴 훈훈해지는 일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자연은 우리의 분수를 깨닫게 해준다. 다른 사람 때문에 우리가 왜소해지는 느낌을 받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우리의 본질적인 무상함을 알게 되는 건 전혀 모욕적인 일이 아니다.
p.246
나는 여행지를 선택함에 있어서 휴양지나 관광지가 아닌, 그저 대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자연경관에 그만큼 많이 목말라 있는 상태이다.
휴양지의 잔잔하고 예쁜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닌, 광풍이 몰아치고 세상을 다 집어삼킬 것 같은 거대한 파도가 그립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하고도 섬세한 조형물들이 아닌, 자연이 빚어낸 설경과 절벽, 그 깎아지름을 보며 경외심을 느끼고 싶었다.
책 속의 저 두 문장은 내가 가진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나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나의 본질적인 무상함을 괜시리 느껴보고 싶은 요즘이다.
참 이상한 일이긴 한데,
동전의 훨씬 유쾌한 쪽은 결코 뉴스가 되지 않는다p.50
알랭 드 보통씨가 다른 책들에서도 살짝 강조하는 부분이다.
왜 인생의 밝은 면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왜 더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걱정은 하나씩 늘어나는데, 생판 모르는 지구 반대편 남들의 걱정까지 짊어지려고 한다.
마음 속에 원근감을 갖고 있으면, 우리는 어떤 것도 전적으로 새로운 게 아니며, 아주 일부의 사건만이 진실로 놀라운 것이고, 정말로 무시무시한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게 된다.
p.60
마음 속에 원근감을 갖고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눈 앞에 닥친 큰 일을 마주할 때 쉽사리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지금이야말로 엄청난 위기에 직면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작은 실수에도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결과를 과대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한 발짝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뉴스를 어떤 자세로 접해야하는지,
<The News_A User's Manual>
여러 번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알랭 드 보통 작가님의
다른 책들은
아래에 링크를 걸어두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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