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더군다나 '공간'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같은 세상에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일치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책은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학교가 교도소와 얼마나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대로변에 사람들이 쉴 벤치 하나 없어서 소통이 얼마나 빠르게 단절되어가고 있는지,
공원 접근성이 극도로 떨어져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으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는지.
도시에서 살면서 우리가 그동안 느꼈던 답답함들을 근거와 사진을 제시하며 설명해주는 책이다. '아, 그래서 그렇게 답답했구나', '아, 그래서 그렇게 그 장소가 좋다고 느껴졌구나' 하는 깨달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기꺼이 제공해주는 책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비용적 공간적 한계에 부딫히는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현준 교수가 책에서 그리는 공간들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뉴욕과 비교해서 서울의 문제점은 공원들이 서로 너무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P.92
공원까지 가는 것도 멀고, 공원에서 다른 공원으로 이동하는 건 더 멀다.
서울 시내에서 공원 한 번 가려면 버스랑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야하나...
그리고 그 공원이 질려서 다른 공원에 가려면 다시 그 공원을 벗어나 버스를 타고 10분 이상은 가야되는 것 같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냥 자전거 타고 양화한강공원에서 잠실한강공원까지 갈 수야 있다만, 그것도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강공원들이 온통 다 높디 높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서, 여러 개의 주거단지를 지나고 지하도로를 지나야 비로소 한강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한강공원 아니면 다른 자그마한 공원에 가고 싶지만 거의 어린이들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거나 포화상태다. 그리고 극도로 작은 사이즈를 자랑한다.
불평하려는 건 아니지만, 공원이 삶의 질을 엄청나게 향상시킨다는 건 이론으로도 그리고 경험으로부터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접근성이 떨어질까. 이제 공원들은 모두 아파트의 소유이다.
유현준 교수의 강의도 추천한다. 책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의 일부만을 다루고 있지만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매우 효과적인 강연들이 많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내가 살고 싶은 곳'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다. '좋은 공간'에 대한 모두의 공감대를 찾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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