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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커리어 관련 고민이 될 때

[에세이추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진민영 _번아웃 방지 가이드

by 파랑코끼리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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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일단 잘 지었고...

우리가 습관처럼 하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라는 자조섞인 말.

웬만한 부분에는 둔하지만 특정 몇몇 행동과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예민함을 발휘하는 나로써,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번아웃까진 아니더라도 매우 강한 현타를 느끼고 있었나보다.

 

 

 

 

이 책은 지쳐버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마냥 대책없이 '괜찮아'를 연신 남발하는 그런 책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그래서 주옥같은 문장들을 한번 끄적여보았다.

 


'덕질'이 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업'에 갇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는 말자.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주위의 납득과 승인을 구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그 마음과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이 지속해야 할 더 정당한 이유다. p.67

 

 

자낳괴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 괴로웠던 것 같다. 모든 행동을 '생산성'의 척도로만 바라보았고, 비효율적이거나 비생산적인 일을 할 때는 죄책감까지도 느꼈다. 뭘 하든 수익으로 연결지으려다보니, 그리고 주위에 그런 사람만 보이다보니, 진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분이 뭐였는지 까먹어가고 있었다. 정말로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달랐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았고, 쉬어가는 기간을 갖고 있었다. 언니가 취미로 뜨개질을 하며 나에게 코스터부터 시작하여 냄비받침, 목도리까지 선물해주었는데 요즘 그걸 아주 잘 하고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낳괴인 나는 '이걸 스토어에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하며 내가 하지도 않는 사업을 언니에게 권하려 하고 있었다. 근데, 언니랑 2주간 붙어있으면서 점점 언니의 행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진짜 취미가 저런거였지. 내가 즐겁고, 내가 몰입하고, 내가 평온해지는 활동. 꼭 모든 활동의 이유가 돈은 아니어야한다. 

 

 

 

 

장대한 버킷리스트 대신 더하고 싶은 열 가지와 줄이고 싶은 열 가지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소심하고 하찮은 변화도 촘촘하게 쌓이면 성대한 성장과 성취로 이어진다. p.113

 

 

연말이 다가온다. 우리 집은 옛날부터 연말마다 '올해의 10대 뉴스'를 만들어왔다. 그 기록이 촘촘히 쌓여 열 몇 권 남짓의 공책이 되어 있다. 나는 이제 독립을 했고, '올해의 10대 뉴스'를 스스로 채워보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그러다 문득 이 문장을 만났다. 작가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만큼, '더할 것 10가지', '줄일 것 10가지'의 목록을 제안해온다. 솔깃하다. 그거라면, 쉽게 적어내려갈 수 있다. 늘릴 것은 운동, 건강한 음식, 야외활동(해도해도 늘리고 싶다), 친구와의 시간, 가족과의 시간, 독서량, 호흡 등등. 줄일 것은 손가락 물어뜯기, 쓸모없는 잡동사니, 불필요한 지출, 패스트푸드 등등. 내년을 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겠다.

 

 

 

나는 일단 멋진 인간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춰 살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지키고 책임질 수 있는 믿음직스럽고 멋진 인간이 된다면 내 미래는 혼인의 여부에 상관없이 밝을 테니까. p.127

 

 

세상이 크게 둘로 나뉘어버린 것 같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결혼할 친구들은 되게 당연하다는 듯이 결혼을 향해 나아간다. 유부남녀 직장 선배들도 결혼이 당연했던 시대에 살았다. 혹자는 심지어 나에게 '취집'도 괜찮은 옵션이라고 조언이랍시고 말해준다. 흠. 알랭 드 보통씨의 소설 덕분에 결혼에 대한 환상은 깨진지 오래다. 나쁜 뜻은 없다.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결혼은 홀로서기를 한 두 사람이 만나서 함께 가는 거라고. 그래서 멋진 인간이 되고 싶다. 나 혼자서도 괜찮고, 둘이서도 괜찮은 그런 삶. 

 

 

[책추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알랭 드 보통 _낭만적이지만은 않은 그 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알고싶지 않아할 진실을 이 책은 참 덤덤히도 파헤쳐 내고 만다. 그런 면에서 알랭 드 보통씨의 소설들은 다 비슷한 결을 지닌다. ​ ​ 주옥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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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하고 무기력한 삶은 소비의 부재 탓이 아니다. 무엇이든  소비만 하는, 관람객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생산과 창작은 소비 활동보다 질적 만족감이 높다. 삶의 매 순간이 예술의 한 장면이 된다. p.161

 

블로그에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창작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도, 요리를 하는 사람들도, 인스타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도 모두 창작가다. 내가 아래 글에 썼던 것처럼,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던 이유도 비슷했다. 생산은 즐거운 활동이다.

 

 

 

[일상토크] 블로그 시작한지 1년 4개월 기념 셀프 칭찬글

소비만 하지 말고 생산하는 삶을 살아보라는, 어떤 책에서 스치듯 읽은 한 구절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건 작년 5월 즈음이다. 그래, 그동안 너무 방대한 콘텐츠를 소비만 하며 살았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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