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깔끔해서 골랐다.
일본 특유의 겸손하고 살짝은 오글거리는(?) 말투가 특징이다.
50세까지 신문사에 다니던 독신의 여성인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어느날 퇴사를 결심한다.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어쩌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p.10
회사를 다니다보니, 점차 돈과 불안감의 지배를 받는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자낳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
회사를 다니면서 점차 머릿 속을 채워가는 생각은 ‘월급이 왜 이렇게 짠거지.’
페르소나가 하나 더 생겨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자아분열 같은 이질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일원이 된 느낌.
하루는 빨리 가지만 일주일은 늦게 가는 9 to 6 의 마법.
이렇게 나의 20대, 30대, 40대, 50대까지 평생 회사 다니면서 그냥 이제 이렇게 사는건가 하는 허무감도 있고.
그런 감정들을, 이 책의 저자도 고스란히 느껴왔나보다.
좋은 환경이 행여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와 분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자유로운 정신은 점차 사라지고, 인생은 공포와 불안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p.15
세상이란 말하자면 서로를 지탱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그런 것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일단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믿어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p.18
성과라는 하나의 잣대와,
정치라는 또 하나의 잣대로 사람이 평가받는 회사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의 모습이기 힘들다.
결국 또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또래 동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조금씩 흑화해가고 있다. (나도 그렇고)
예를 들어 내가 부장이 되지 못했을 때, 당연히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그것도 동기나 후배 중에서 누군가가 부장이 됩니다. 그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줍니다. p.30
정년이란 어디까지나 회사가 임의로 구분한 물리적 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사원은 정신없이 일하고 정신없이 버는게 인생의 ‘황금기’이고 가장 빛나는 시절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생각해보면 사람 인생에 본방이니 연습이니, 그런 게 있을 리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자기 인생입니다. p.74
아무리 바빠도 신문기자란 세상물정에 어두워서는 안 됩니다. 거리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다양한 일들을 느낄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p.85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에 무관심해지면, 자기에 대한 평가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상사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식으로 변해갑니다. 그럼 엄청 상쾌하다니까요! p.92
우선 책을 읽고나니, 상쾌하고 짜릿한 퇴사의 기분이 전달되기 보다는
그냥 고요하고 잔잔한 에세이 하나 읽은 기분이다.
직장인이 되고 나면 학생 때는 없던 명찰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다니는 회사의 네임밸류, 회사에서 맡은 일, 회사에서의 직급, 받는 월급,
그리고 그런 것들로부터 매겨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순위들.
가끔 우스갯소리로 자조적이고 가학적인 농담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는데,충분히 벌고 충분히 능력있는 친구들인데도 이렇게 우울감이 마음을 가득 채워버린 모습을 보면 이게 우리 나잇대 청년들의 숙명적인 고민인건지, 지금 이 세상이 원래 이런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월급날만이라도 행복해야하는데 월급날마저 별로 행복하지 않게 되는 순간들.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1. 젊은 퇴사자가 아니라 임금피크제에 거의 도달한 50세 여성이 퇴사한 이야기. 별로 엄청나게 용감한 선택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2. 퇴사 후 결국 돈을 더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만족한다는 결말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사실, 책을 펼칠 때 기대했던 바와는 다르게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그래서 에세이 추천이라고 안 쓰고 에세이 소개라고만 썼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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