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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소설책추천] <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_낯선 땅 모로코에서 일어난 미쳐 돌아가는 이야기

by 파랑코끼리 202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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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항상 이런 식이다. 초반에 평범하게 잘 살고 있던 인물들이 갑자기 엄청난 사건을 겪는데, 그 사건은 앞으로 일어날 더 최악의 사건들의 시작일 뿐이다.

 

그렇게 크레센도처럼 인생의 길이 최악으로 치닫아갈때, 등장인물은 비로소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스스로 알을 까고 나온다. 그리고 영영 답이 없을 것만 같았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정답을 찾고 행복해지는 길을 알아낸다.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은 '인생사 새옹지마' 아닐까.


 

이런 느낌의 서사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모든 소설의 공통점인데, 책마다 장소와 인물의 배경이 너무도 달라서 질리지 않는다.

 

이번 소설 <비트레이얼, The Heat of Betrayal>은 말 그대로 배우자로부터 어마어마한 배신을 당한 여성 로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배신은 그저 그녀 앞에 놓인 수많은 불행의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관련해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비슷한 소설은 이전에 리뷰한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그리고 역시 더글라스님은 여자로 살아본 적이 있음이 분명하다. 심리를 파고드는게 진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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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회계사인 로빈은 딱딱하고 경직된 자신의 무료한 삶에 불만이 있다. 그리고 그 불만을 무책임하지만 다정하고 자유분방한 화가 폴과 결혼을 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로빈 :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 바로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주 잘 돌아간다'라는 것이다. p.35
폴 : '파산위기를 요행히 잘 넘기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로빈보다 18살 연상에 재정적으로 매우 무책임한 남성이다. p.11

 

 

 

 

폴의 충동적인 소비와 행동의 갈등을 겪지만, 대체로 관계는 무난하다. 둘의 공통의 목표는 아이를 갖는 것이었고, 어느날 폴은 즉흥적으로 모로코 여행을 제안한다.

 

 

 

 

모로코 한 달 살기를 하던 도중, 로빈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폴이 자신한테는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해놓고서는, 뒤에서 몰래 정관수술을 한 기록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이 폴의 첫 번째 배신이다.

 

하지만 화를 삭히고 돌아온 로빈의 눈앞에는 실종된 폴과 용의자로 지목된 자신이 있을 뿐이다. 폴의 행방을 찾기 위한 로빈의 여행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폴이 미운 한편 그가 없는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몸서리쳐지게 싫기도 했다. p.115

 

이 언니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결국 폴을 추적하던 끝에 폴의 지인들을 만나게 되고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 사실 폴은 대학시절 모로코에 살면서 한 여성을 임신시켰고, 30년간 연락도 책임도 지지 않다가 로빈가 싸운 후 갑자기 그녀와 그 아이를 찾아갔다는 거다. 이게 폴의 두 번째 배신이다.

 

 

우리는 '나는 왜 이리 불행하지?'라고 생각하며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지만 정작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며 사는 게 아닐까? p.184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폴을 구원하고 싶다는 자신의 욕심으로 폴을 찾아헤매다 일련의 불행한 사건을 겪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서 강간을 당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던 그녀는 근처 마을 여성들에게 발견되어 무한한 친절을 받고 회복한다. 그리고 경찰에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 대가없이 그녀를 도와준 아티프라는 청년 덕분에 무사히 상황을 해결하고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살아남기로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상처와 고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강인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p.434

 

 

 

 

결국 미국에 무사히 돌아온 그녀는 다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토록 갖고 싶었던 아이를 스스로 갖기로 결심한다.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임신하고, 폴이 남긴 작품들이 서서히 높은 값을 받으며 팔려나가기 시작할 때 그녀는 비로소 삶의 균형을 찾는다.

 

 

꿈은 스스로 이루어야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행복해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p.439

 

 

 

우리는 '나는 왜 이리 불행하지?' 라고 생각하며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지만 정작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며 사는 게 아닐까?  p.184


위의 문장이 결국 더글라스가 우리에게 하고싶은 말이 아닐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결국 자신일 것이라고.

 

주인공 로빈부터가 그러하다. 폴에게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하고, 그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를 구원하기 위해 끝까지 폴을 찾아다니며 더 깊은 불행으로 자신을 밀어넣는다. 폴의 아이를 임신했던 폴의 옛 연인 파이자 또한 그녀를 무책임하게 버리고 간 애인을 증오하며 술과 담배에 절어 스스로를 자학하는 길을 선택했다. 폴의 옛 친구 벤 핫산 역시 폴을 돕다가 손가락을 거의 잃고난 후 복수심과 배신감에 치를 떨며 자신의 삶을 메마른 사막처럼 만들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어쩌면 이렇게 불완전하고 나약한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어둠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라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전하려는 게 아닐까. 

 

스스로 만든 함정에서 허우적거릴 것인가, 함정에서 스스로를 끌어올려 당당히 앞으로 걸어나갈 것인가.

 


 

인상적이었던 점은,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는 디테일에 강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로빈이 처음 모로코에 도착해서 느끼는 낯설고 두려운 감정이 나타난 초반의 장면이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버스, 무례한 청년들과의 시비, 예약한 호텔에서 예약명단을 찾을 수 없다는 당혹스러운 상황 등 일련의 피곤하고 불편한 사건들은 이 여행에 대한 로빈의 기분을 절절히 느끼게 해준다.

 

여행이 사실 그렇다. 안전하고 편안한 리조트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너무나 행복하고 평화롭지만, 그 리조트에 가 닿기까지 겪는 기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입국심사 줄을 오래 기다려야하고, 괜히 입국심사관의 인터뷰가 긴장되고, 숙소에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고, 낯선 땅에 늦은 밤에 도착했는데 택시 기사들이랑 가격을 흥정해야 하고. 이 모든 자잘한 불편한 상황들을 책에서는 너무나 세심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어 과몰입했다.

 

항상 그렇듯이 디테일에 매우매우 강한 더글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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