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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소설책추천] <채식주의자>, 한강 _충격적 줄거리 속 의미를 찾아서 (분석/ 결말)

by 파랑코끼리 202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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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 이제서야 읽어보았다. 제목만 봐서는 채식주의자... 채식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겠거니, 엄청나게 대단한 스토리가 있을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친 순간, 충격적인 스토리와 마주했다. 몇 번을 끊어읽었던지...

 

 

한강 <채식주의자>

2007년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발간

2010년 책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채식주의자가> 상영 (폭망)

2016년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

 

 

드라마 <채식주의자>

 

음...? 드라마가 있다고? 평을 봤는데 10점 만점에 5점...

책의 내용을 살리지 못하고 오직 자극적인 장면만 살렸다는 혹평이 눈에 띈다 ;;; 

 

 

 

■ 줄거리와 결말


채식주의자인 영혜에 대한 이야기지만, 영혜의 관점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는다. 총 3장으로 이뤄진 이 소설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남편, 영혜의 형부, 영혜의 언니의 관점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1장, 채식주의자 _영혜 남편의 관점

 

영혜는 세상 평범한 여성으로, 남편이 있고 아이는 없다. 남편은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라고 표현한다. 

내 기대에 걸맞게 그녀는 평범한 아내의 역할을 무리없이 해냈다. p.10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p.12

끔찍한 부분이다. 애초에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냥 세상 제일 무난하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결혼했다니. 이 대목만 봐도 영혜의 남편이 그녀를 얼마나 하찮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는 이유만으로, 냉장고 속 모든 고기와 생선류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채식을 선택한다. 남편은 육식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아내의 행동에 불만이 쌓여간다. 결국 찌질하게도, 장인 장모 처형에게까지 전화를 해서 아내의 상태를 고자질한다. 그리고 영혜의 가족들은 영혜의 행동에 대해 놀라며, 사과를 한다.

 

이 장면도 정말 영혜의 남편이 얼마나 찌질하고 찌질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내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당장 자신이 불편한 것을 내밀어 아내의 가족들에게까지 사과와 정당한 교정을 요구하는 행동이라니.

 

결국 한 가족이 다 모여 식사를 하다가, 채식을 고수하는 영혜의 입에 장인이 억지로 고기를 밀어넣는 강압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영혜는 눈이 뒤집혀 순식간에 손목을 그어버린다. 그 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 

 

 

 


 

2장, 몽고반점 _형부의 관점

영혜는 몽고반점이 스무살까지도 남아 있었는걸. p.73

미대를 나온 예술가 형부는, 아내에게 이 말을 들은 순간부터 온종일 처제인 영혜 생각뿐이다. 부적절한 방향으로. 그리고 그 판타지를 예술로 표현하고자 한다. 영혜는 정신병원에 갔다가 돌아온 상태이다. 형부는 그녀에게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해 작업실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녀의 알몸에 큰 꽃을 그린다. 형부의 검은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영혜는 자신의 몸에 그려진 꽃이 마음에 들어, 지우지 않는다.

 

 

 

 

형부는 이제, 몸에 꽃을 그린 두 남녀가 서로 교합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담고싶어 한다. 말이 예술작품이지 사실상 포르노를 찍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이 되고싶어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몸에 꽃을 그린 후 처제를 짐승처럼 범한다. 이 장면이 진짜 책에서 제일 역겹고도 충격적인 장면이다. 바로 다음 날 아침, 한 침대에 누워있는 그 둘을 발견한 언니인 인혜는 둘을 정신병원에 보내버린다.

 


 

3장, 나무 불꽃_언니 인혜의 관점

언니, 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p.156

 

이쯤되면 솔직히 말해서, 영혜는 진짜 미친x처럼 보인다. 육식을 끊은 건 이해가 되지만, 거기서 형부의 제안이나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 그리고 이제는 정신병원에서 식사도 아예 안하고 식물이 되겠다고 하는 것까지.

 

 

 

밥 같은 거 안 먹어도 돼. 살 수 있어. 햇빛만 있으면. p.186

진짜 누가봐도 미친 사람의 행동이다. 언니인 인혜는 영혜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신이 막을 수는 없었을까, 하며 계속 스스로를 자책한다. 병원에서는 영혜가 이대로 식음을 전폐하면 진짜 굶어 죽을 것이라며, 코에 튜브를 꽂아 음식을 공급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거부한다. 결국 그녀를 큰 병원으로 옮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 리뷰와 분석/해설


 

하.... 표면적으로 보면, 미친 여자의 이야기인데?

책에서 영혜는 자신이 왜 채식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꿈을 꾸었어"라는 한결같이 의미심장한 대답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영혜를 둘러싼 폭력이 눈에 띄고, 그녀가 채식을 하게 된 이유는 그 폭력때문이 아니었을까, 유추할 수 있다. 

 

 

 

 

1. 개와 영혜

 

그녀는 개에 물린다. 아버지는 그 개를 잡아 오토바이에 묶고, 일곱 바퀴를 돌아 죽인다. "달리다 죽은 개가 더 부드럽다"며. 집에서는 그날 잔치를 열어  그 개로 보신탕을 끓인다. 그걸 먹으며 아무렇지 않았다는 영혜, 정말 아무렇지 않았을까. 혹은 자신이 본 그 광경의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애써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본걸까. 내 생각은 후자인 것 같다.

들깨냄새가 다 덮지 못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어.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p.53

정육점 앞을 지나갈 때 식욕을 느끼며 군침이 흐르는 것을 막으려고 입을 틀어막는 영혜는 마치 자신이 짐승같은 포식자로 변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 작은 동박새를 입으로 뜯어보며 자신이 포식자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려 한다.

떨면서 눈을 뜨면 내 손을 확인해. 내 손톱이 아직 부드러운지, 내 이빨이 아직 온순한지. p.43

 

 

2. 아빠와 영혜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은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는 그는 목소리가 무척 크고, 그 목소리만큼 대가 센 사람이었다. 아내는 그 아버지에게 열여덟살까지 종아리를 맞으며 자랐다고 했다. p.38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영혜. 육식을 즐기는 가족 아래에서 자란 영혜는 그것이 자신의 몸에 내재되었다는 끔찍한 기분에 채식을 시작한 게 아닐까?

 

 

3. 남편과 영혜

"제기랄, 그렇게 꾸물대고 있을거야?" 알지, 당신잉 서두를 때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지. 그래서 오히려 일들이 뒤엉키지. 칼을 쥔 손이 바빠서 목덜미가 뜨거워졌어. 갑자기 도마가 앞으로 밀렸어. 손가락을 벤 것.
두번째로 집은 불고리를 우물거리다가 당신은 입에 든 걸 뱉어냈지. 반짝이는 걸 골라 들고 고함을 질렀지. "뭐야 이건! 칼조각 아냐!" p.27

 

육식에 환장한 영혜의 남편. 삼겹살, 사브샤브용 쇠고기, 닭도리탕. 아내가 하는 모든 육류 요리를 사랑했다. 하지만 위 대목처럼 아내를 재촉하고, 다친 아내는 신경도 안쓰고, 오직 자신에게 해가 될 뻔한 것에만 날을 세우는 남편과 함께 살면서 영혜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영혜의 언니 인혜가 그나마 영혜를 감싸고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하나같이 영혜의 바뀐 모습을 넌더리내며 그녀의 곁을 떠난다. 심지어 그녀에게 육식을 강요하고,성적으로 막 대하고. 그렇게 영혜는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의 대상이 되어있다. 심지어 영혜는 스스로에게조차 폭력을 가한다. 식사를 하지 않아 스스로를 굶기고, 손목을 그어 자해를 하고. 가학적인 그녀의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더 괴롭게 한다. 

 

 

끔찍한 소설이다. 필력과 묘사는 훌륭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파헤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줄거리가 너무 끔찍하다. 근친상간 줄거리를 가진 작품들은 다 이런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을 안겨준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뭐 이런 것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은 참 예술적으로 합리화하려면 끝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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