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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사회책추천] <검사내전>, 김웅 _생활형 검사가 알려주는 사기범들의 형형색색 수법들

by 파랑코끼리 2021.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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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나 싶을 정도로 재밌게 슥슥 읽힌 책이다.

우리나라를 '사기 공화국'이라고 명명한 필자는 그의 검사생활 속에서 접한 수많은 화려한 사기 수법들을 낱낱이 공개한다. 사기 수법들이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됨으로써 피해자들도 알고 당하지 않게 되었지만, 동시에 사기꾼들도 사기 수법을 교묘하게 틀어서 진화해버릴까 약간의 걱정도 생겨난다.

 

 

김웅 검사의 필체는 시니컬하면서도 위트있다. 사기꾼들의 앞뒤가 안맞는 변명들을 두고 '슈퍼히어로'다, '천재'다 하며 갖은 형용사로 농락하는 솜씨가 상당히 재미있다 ㅋㅋ

 

 

신박하고 경이로운 사기 수법들에 눈이 휘둥그레해졌고, 안 그래도 나 또한 부동산 사기 비스무리한 것을 당할 뻔했다는 걸 회고하며 소름끼쳐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사기꾼들이 자생하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췄다니 열 받았다. 권력을 들먹이며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답답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구나.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어리숙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수법들이었다. 전세보증금을 꿀꺽하는 부동산 사기, 모델 시켜주겠다고 꼬셔놓고 무한 빚의 굴레에 가둬버리는 악질 사기수법 등등 읽다보면 내가 다 고통스러워질 지경이다.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 말한 온갖 사기 수법들은 1장, <사기 공화국 풍경> 에 등장한다. 이후 2장, <사람들, 이야기들>에는 다른 범죄이야기가 등장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보다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챕터이다. 제 3장, <검사의 사생활> 에서는 김웅 검사의 '또라이' 검사생활을 소개한다. 조금은 별나고, 조직생활에 안 맞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누구보다 소신있고 부끄러움 없이 행동했던 그의 검사 삶을 돌아본다. 마지막 4장, <법의 본질>에서는 법에 대해 철학적이고 깊은 고찰을 시도한다. 법률 서비스란 되도록 받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며, 법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모든 상거래에는 신뢰가 포함되어 있다. 신뢰 관계는 경제활동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데, 상호신뢰가 결여되면 세계 경제까지 지체된다. p.33

 

 

정치와 권력의 힘은 성층권에서 행사되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무서운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p.49

 

 

사람들은 접해본 단어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근거 없는 신뢰를 보내기까지 한다. p.62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p.63

 

 

 

우리나라 중산층 몰락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프랜차이즈 업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공정위를 법무성 산하에 두는 미국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p.97

 

 

위기를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사실 위기가 아니었던 경우가 더 많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다. p.103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p.109

 

 

파렴치범들이 후회같은 걸 한다면 그건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잡힌 상황에 대한 후회일 가능성이 높다. p.120

 

 

세상을 사는 데 웃는 것보다 더 좋은 비법은 없더라. 출세보다는 잘 사는 게 더 이득이다. P.147

 

 

사람들은 늘 진실을 원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분노할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다. P.164

 

 

직접 경험은 '소외 또는 분리 이전의 총체성을 회복시켜주는 삶과의 직접적인 만남이다' - 기 드보르(Guy Ernest Debord).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 없기 때문에 간접경험, 즉 독서를 해야 한다. p.258

 

 

권력은 영양분과 비슷하다. 누구나 탐하고 벌레가 꼬이며 한곳에 머물면 반드시 부패한다. P.286

 

 

이렇게 매일같이 상대방을 속이고, 갈취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인류애를 상실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저자는 피해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눈길과 공감을 잃지 않는다. 순수함과 부끄러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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