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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인문책추천]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_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by 파랑코끼리 202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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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은 타인의 생각과 의중을 잘못 해석하여 벌어진 사건들과 왜 그런 해석의 오류가 발생하는지를 소개한다. 도식화해가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런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라는 신형철 작가의 책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우리는 타인을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이것을 '비대칭적 통찰의 착각'이라고 명명한다. 남이 나를 아는 것보다, 내가 남을 더 잘 안다는 오만한 심리를 나타낸다. 그래서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이야기를 하고, 남들이 자신이 오해를 받거나 부당한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는 억울함을 호소할 때 인내심을 갖지 못하기 쉽다. 우리는 자기 본인의 성격에는 지나치게 복합적이고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타인에 대해서는 단순한 한 두가지의 말과 행동만으로도 쉽게 판단을 내려버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낯선 이를 판단하는 기회를 덥석 잡아버린다. 물론 우리 자신한테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은 미묘하고 복잡하며 불가해하니까.  p.75

 

 


책은 바로 우리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으며, 그렇게 타인을 섣부르게 해석했을 때 이 세상에 일어났던 부작용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사례 중에는 히틀러라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해 전쟁을 막지 못한 영국 총리*까지 나왔으니, 말 다했다.

 

히틀러와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

* 영국 총통 네빌 체임벌린과 히틀러의 만남 :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 측이 저지른 큰 실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눈을 들여다보고, 표정과 행동거지를 보는 등 개인적 상호작용을 통해 모은 추가적 정보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히틀러와 직접 만난 세 명의 영국 정치인들은 모두 히틀러를 '전쟁을 무척 싫어하며 평화 교섭에 개방적인' 사람으로 오독한다.

 

 

 


책의 요지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리는 타인을 아주 쉽게 판단하지만, 타인은 훨씬 복잡한 존재다.


 

책에서는 우리가 낯선 사람을 파악할 때 사용하는  3가지 도구 를 소개한다.

 

 

첫째, 진실기본값 이론

 

진실기본값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상대방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살아다. 다른 사람에 대해 최선의 가정을 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듯이, 상대방을 믿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 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케네스 애로 (Kenneth Arrow)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는 것이 세상의 효율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상거래에는 신뢰가 포함되어 있다. 상호신뢰가 결여되면 세계 경제까지 지체된다.

 

 

물론 책에는 이 진실기본값 이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여, 세계 최고의 사기꾼을 잡아낸 인물(해리 마코폴로스)을 소개한다. 이런 사람들을 '바보 성자'라고 부른다. 바보성자는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고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 소년과 같은 인물이다. 기존 사회적 위계질서의 일원이 아니며, 불편한 진실을 거리낌없이 내뱉거나, 일반인이 당연시 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내부고발자도 바보 성자라고 볼 수 있다.

 

해리 마코폴로스(Harry Markopolos)

 

 

이렇게 진실기본값 이론을 따르지 않는 '바보 성자'같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해충을 잡아내는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만약 경찰관이 이런 사람이라면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며 우리를 귀찮게 위협할 터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힌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데 대해 서로에게 벌을 주지 맙시다"

 

 

 

 

우리는 이 결정이 아무리 끔찍한 위험을 수반하더라도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 p.177

 


둘째, 투명성 가정

 

투명성 가정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그들의 감정과 성격을 투명하게 말해주는 신뢰할만한 단서라고 믿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는 아주 위험한 습관이고, 특히 상대방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가장 위험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몇 가지 단서들이 있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거나, 얼굴이 빨개지거나,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방을 쉽게 믿지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서들로 상대방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아만다 녹스(Amanda Knox)

 

정직한 척 하는 사기꾼, 친구의 죽음 앞에서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여성, 성적 행위에 동의하는 듯 보이는 파트너 등 표면적인 모습이 잘못 해석된 수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그 중 아만다 녹스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룸메이트 살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이탈리아 감옥에서 4년을 지냈다. 그녀가 살인범이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으나, 단지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화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누명을 덮어쓴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낯선 이를 해석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결합의 파괴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우리는 낯선 사람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는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진 것은 다리가 개통된 1937년으로부터 80년이 지난 2018년이었다. 모두들 '자살할 사람은 어디서든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꼭 이 다리여서 자살한 것은 아닐 것이다**' 라고 잘못 전제한 탓이다. 결론은, 금문교여서 사람들이 자살을 한 것이 맞다.

 

 

<결합의 파괴> 챕터에서는 범죄, 에이즈, 자살 등 특정 사건이 발생하는 특정한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 중 '범죄 집중 법칙'을 소개하는데, 전체 거리의 5%에서 전체 범죄의 50%가 발생하는 현상처럼 말 그대로 특정 장소에 범죄가 집중된다는 법칙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특정 장소와 밀접하게 결합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지만 이를 인정해야 한다. 낯선 사람을 대면할 때는 그 사람을 언제, 어디서 대면하는지 그 상황을 유심히 고려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대치 : 한 가지 선택이 막혔을 때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 (한 선택지를 막는다고 해서 행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결합 : 어떤 행동이 아주 특정한 상황 및 조건과 연결되는 것 (결합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쉽게 간과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해 아무런 의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믿음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 것은 그에 관한 의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p.107

 

 

 

타인을 존중하려면 한쪽 당사자가 자신의 욕망을 누그러뜨리고, 자기 행동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검토하며, 바로 눈앞에 있는 상황 말고 다른 일에 관해 생각하면서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근시 상태*에 빠지면 바로 이런 계산을 하기가 너무도 어려워진다. p.271

 

 

* 근시상태 : 특히 술을 마셨을 때 잘 나타난다. 알코올의 주요 효과는 우리의 정서적, 정신적 시야를 좁힌다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p.311

 

 


 

낯선 이들이 만나 서로의 감정, 의도를 잘못 해석했을때 보통의 경우는 그냥 친구가 되지 않거나 사이가 틀어지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타인을 잘못 해석하여 전쟁이 발생하고, 사람이 죽었으며, 사기꾼과 범죄자와 스파이가 눈앞에서 활보하도록 놔뒀고, 엉뚱한 사람이 수감되었고, 성폭행이 일어난 사례들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닌가 싶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행동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고, 결코 타인을 일반화하고 자신과 동일시하지 말 것.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겸손할 것.

 

 

말콤 글래드웰이 또 뿌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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