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매력적인 인도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2021년,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인도영화들은 보통 뜬금없는 노래와 전개로 보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는 한다. (그게 매력이지만!)
하지만 이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어떠한 유쾌하고 가벼운 포인트 없이 인도의 구조적, 문화적 근본을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주인공이 도덕관념을 잃고 타락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짜릿한 (?) 영화다.
"빈곤층에게 위로 올라갈 길은 두 가지뿐이죠. 범죄, 혹은 정치."
주인공 발람은 미래가 촉망받는 청년이었다.
한 세대에 한 마리는 태어난다는 '화이트 타이거'라는 말을 들으며
장학금 제안까지 받을 정도로 똑똑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진학을 가로막으며,
집에서 가족들과 살며 결혼하고 가족을 부양할 것을 강요한다.
신분상승을 꿈꾸던 와중,
그는 지주의 아들 '아쇽'에게 에게 개인운전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잔머리를 굴려 그는 운전사로서의 일자리를 얻는다.
아쇽은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부잣집 자제로서,
깨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스트가 뼛 속 깊이 녹아들어 있는 가족들과 달리
미국의 자유와 평등이 몸에 밴 그는 발람을 동등한 사람처럼 대해준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통해
아쇽에게 버림받기 직전까지 간 발람은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주인을 살해함으로서 그의 돈을 낚아채 그만의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된 그는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책임을 다하는 사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1. 인도는 위험한 나라다
"인도 남자의 절반은 나처럼 생겼다"
그는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서에 몽타주까지 붙었지만, 절대 잡히지 않는다. 인구는 많고, 치안은 위태로운 인도에서 그와 같은 범죄자는 유유히 빠져나간다. 심지어 경찰들은 부패했다. 발람은 경찰들에게 돈을 먹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구어 나간다. 여자 혼자 인도여행 가면 안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는데, 그 위험함의 근본에는 여성을 하대하는 문화도 한 몫 한다. 아쇽의 아내 핑키는 뉴욕에 살던 인도 여성이다. 영화 속 인물 중 가장 깨어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논의 속에서 핑키는 제대로 된 한 사람으로서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제수씨는 좀 조용히 있으라고 해봐"라며 여자가 어디 대화에 끼냐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2. 부자와 빈자는 친구가 될 수 없나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지주의 아들 아쇽은 처음에는 발람을 친구처럼 대한다. 그의 가족들이 발람을 함부로 대할 때마다 "그러지 마세요!" 라며 발람을 지켜준다. 처음에는 발람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듯하지만, 뜻밖의 사고를 겪게 된다. 이 사고의 책임을 발람에게 덮어 씌우는 아쇽의 모습은, 그도 어쩔 수 없이 카스트를 내재하고 있던 인물임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표명하지만, 가족의 행동을 보고 자란 그 또한 발람을 천한 사람으로,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 '선 넘지 마세요' 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돈만 많으면 정말 오만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도는 그걸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부분이 충격적이다.
3. 카스트는 4개의 계급이 아니다
"자네는 무슨 카스트인가?"
"차를 파는 카스트입니다."
초등학생 때 우리는 카스트가 4개 계급으로 이뤄져 있다고 배운다. 위에서부터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그리고 표에도 들어가지 않는 불가촉천민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카스트는 조금 다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카스트난 일정한 신분 계층을 세습하는 것으로, 도자기 굽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등등 직업군으로도 나뉜다. 인도에는 이렇게 수 천개의 카스트가 있고, 그 중에서도 높은 카스트와 낮은 카스트를 구분한다.
4. 발람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이게 가장 영화를 보면서 답답했던 부분이다. 그의 입장에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이 닭장같은 카스트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어보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범죄'. 한 명의 목숨을 빼앗음으로서,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차로 사람을 치더라도, 다른 부자들처럼 개미 목숨 취급하며 모른 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나서고, 유가족들에게도 넉넉하게 보상을 한다. 그리고 운전수였던 경험을 되살려, 다른 운전수들을 부리는 사업가로 성공한다. 결과적으로 발람에게는 참 잘 풀린 일이 되었지만,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쳇바퀴같은 하층민의 삶을 반복했을 것 같아 답답했다.
최근 인도에서 매일 30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한 달도 아니고, 매일. 산소통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 영상이 바이럴이 되고 있다. 코로나에 걸린 노모를 보살피던 청년으로부터 산소통을 강제로 빼앗는 경찰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VIP가 쓸 산소통이 없다며, 그렇게 청년의 산소통을 빼앗아갔다. 그로부터 2시간 뒤, 청년의 어머니는 세상을 떴다고 한다. 신분에 따라 목숨의 값이 정해져있는 나라, 인도.
너무 끔찍한 상황 아닌가... <화이트 타이거>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이 뉴스르 보고 나서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뒤틀렸길래 저런 만행이 고스란히 자행되고 있는건지. 인도의 문화 속 뿌리깊게 박힌 카스트 제도의 진면목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추하는 영화이다. 주인공의 눈빛에 서서히 분노와 광기가 어려가는 것을 보는 것도 심장 쫄깃한 관전 포인트다. 넷플릭스 영화 중에서도 꽤나 유익한 영화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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