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로봇>은 성인용 19금 만화다.
야한다기보다는 좀 기괴하고 잔인하다.
시즌1은 2019년에 나왔고, 올해 5월에 시즌2가 릴리즈되었다.
시즌3는 2022년에 릴리즈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즌1이 에피소드도 18개로 매우 많았고,
19+금으로 자극적인데다가,
영상미나 스타일도 매우 다양해서 보기에 더 재미있었다.
반면에 시즌2는 8개의 에피소드가 전부인데다,
15세 관람가로 수위를 맞추느라고 별로 자극적이지가 않다(?) ㅋㅋㅋ
(예, 자극적인거 좋아합니다)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분인데,
대표작들을 좀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에일리언3>, 브래드 피트 주연의 <세븐>, <파이트 클럽> 등 범죄, 스릴러, SF장르부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등 드라마 장르도 잘 만든다.
그 외에도 <하우스 오브 카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소름돋는 추리스릴러 영화 <나를 찾아줘> 등등
정말 명작 중에서도 명작들을 제작해낸 엄청난 감독님!
다시 <러브,데스+로봇>으로 돌아오자면,
제목답게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사랑과 죽음, 그리고 로봇(기술의 발전)이 등장한다.
에피소드별 세계관은 다 다르고 완전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장르는 미스터리, 호러, SF, 전쟁, 괴수, 사이버펑크 등등 매우 다양하다.
한 마디로 지루할 틈이 없다.
또 하나의 큰 관전 포인트는
에피소드 시작 전에 '딩' 소리가 울리면서
에피소드의 스토리를 요약하는 3개의 아이콘이 표출되는 부분이다.
그 아이콘만으로 스토리를 예상해 보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이다.
<러브,데스+로봇>에서 그려지는 미래는 대체로 미쳐날뛴다.
엄청나게 스타일리쉬하고 힙한 영상미 + 미친 스토리에
정신을 홀딱 빼앗겨 몰입하게 된다.
자, 여기까지는 소개글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최근 릴리즈된 시즌2에서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인 <팝 스쿼드>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시즌2는 자극적인 영상이 거의 없는 대신
조금 더 스토리가 탄탄하고 철학적이라고 느껴졌다.
<팝 스쿼드>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제목 <팝 스쿼드, Pop Squad>는 주인공 남성 브릭스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브릭스는 아이들을 죽이는 일을 하는 경찰이다.
(Pop Squad에 별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단순히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사람들을 찾아 체포하는 일을 하는 집단의 이름이다.)
과잉인구 상태의 사회.
사람들은 영생을 사는 방법을 터득했고, 주기적으로 '회춘 시술'을 받는다.
그리고 영생을 사는 사람들이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체(아이들)의 탄생을 억제해야 한다.
그래서 주인공 브릭스는 아이들을 죽인다. 그게 법이다.
어느 날, 매일의 일상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다가
문득 자신이 죽인 아이가 계속 아른거리는 기이한 현상을 겪는다.
그는 자신이 왜 이상해졌는지 알기 위해
단서를 찾아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장난감을 사는 여성을 미행하게 된다.
그 여성의 집에는 아니나다를까 어린 아이가 있었고, 그녀에게 묻는다.
"왜 당신같은 사람들은 아이들을 계속 낳는거죠?"
그러자 그녀는 대답한다.
"Because I'm not so in love with myself that I just want to live forever and ever!"
(자신한테만 몰입해서 언제까지나 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요!)
요즘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도 많고,
결혼을 하더라도 애를 낳기보다는 반려동물을 키우며
둘이 살아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취미생활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삶이 더 익숙해지고 있다.
잘 모른다. 자녀를 가지면 어떤 기쁨이 느껴지는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몰입해서 사는 기분이 무엇인지.
일차원적으로 해석하자면, <팝 스쿼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풍자한다 ㅋㅋㅋ
음, 실제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수명은 더 연장되었지만
동시에 본인의 자아실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우리들에게, <팝 스쿼드>는 아이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이 얼마나
호기심과 기쁨과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가끔 우리가 겪는 존재론적 회의감이나 삶의 무상함을 향해
'애를 낳으면 또 달라진다'라는 메세지를 던지는듯한...?
하지만 넓게 보자면,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동을
다루려 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총 3개로 나눠보겠다.
1. 도덕이란 무엇인가
특히 이 에피소드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경계에 서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를 죽이는 것이 말도 안되는 범죄지만,
이 에피소드 속 사회에서는 번식 자체를 금지하고,
아이를 '그것'이라고 칭하는 무자비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도덕의 잣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2. 빈부격차
또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영생을 선택한 부유층과 번식을 선택한 빈곤층.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법과 무력으로 억압하려 하는 상류층의 잔혹함.
코로나로 인해 어쩌면 더 심하게 벌어졌을 그 격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3. 소수자
소수자에 대한 이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의 일반적 통념 밖에서 살아가기를 택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
그들을 얼마나 잘 수용하고 있는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에피소드였다.
너무너무 강력히 추천하는 콘텐츠이다.
P.S. 사실 맨 처음 이 콘텐츠를 알게 된 것은 예전에 알던, 건축을 전공했던 한 사람 덕분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40번 넘게 봤다던 그는
<러브,데스+로봇>을 나에게 열정적으로 추천해주었다.
그 때 당시 무서워보이는 표지때문에 (나는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한 번도 눌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나를
이 마법같은 콘텐츠로 초대해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라마 & 영화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영화추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2009> 줄거리(스포있음)/ 분석 및 리뷰 (0) | 2021.07.25 |
---|---|
[넷플릭스 영화추천]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_낯선 사람을 갈망하는 심리를 그려낸 영화 (0) | 2021.06.27 |
[넷플릭스 영화추천] 화이트 타이거 <The White Tiger, 2021> _인도의 실체를 까발리다 (분석/결말) (0) | 2021.05.06 |
[넷플릭스 다큐분석] 씨스피라시<Seaspiracy, 2021> _내용 정리분석/스포있음 (4) | 2021.04.25 |
[넷플릭스 다큐추천] 씨스피라시 <SEASPIRACY, 2021>_해산물을 그만 먹으라는 바다의 호소 (0) | 2021.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