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포식자들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어린이들이 공룡에 환장하는 것처럼, 나는 늑대나 상어에 환장한다.
영화 <47m (47 Meters Down)>나 <언더워터 (The Shallows)> , 그 외 수많은 영화들처럼 상어에 대한 공포는 항상 영화화 되어왔다. 배경은 거의 언제나 평화롭고 완벽한 휴양지에서 걱정없이 놀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공격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런 영화들은 서핑을 시작하고 싶다는 나의 다짐을 살짝 흔들어놓을 만큼의 걱정을 심어놓았다 ;;; 하핳
하지만 당연히, 바다에서 수영하다 상어에게 물려죽을 확률은 로또 당첨될 확률보다 적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는 "이 세상에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상어에게 죽은 사람의 수는 연간 평균 10명"이라고 말한다.
* 씨스피라시(SEASPIRACY) :
바다 Sea + 음모 Conspiracy 의 합성어이다. 비슷한 콘텐츠로 Cowspiracy(Cow + Conspiracy)가 있다.
상어는 연간 10명의 사람을 죽이지만,
사람은 상어를 시간당 11,000~30,000마리를 죽인다.
...? 미쳤나
생태계의 최대 교란자, 인간
나는 육고기보다 해산물을 더 격하게 좋아한다. 스페인에 잠깐 살았을 때 맛보았던 문어요리, 빠에야, 감바스, 오징어 튀김 등등 해산물에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좋은 의미에서) 알탕도 좋아했고, 고등어 구이 너무 맛있고, 연어는 피부에 좋다니까 혼자 사서 스테이크로 해먹기도 했다. 고기를 먹었을 때 그 기름지고 소화 안되는 기분을, 해산물을 먹을 때는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오메가3가 있다니까 더 건강해지나보다~ 하면서 먹었다.
근데 몇 달 전인가, 방어회를 떠서 먹으려고 딱 열었는데 기생충을 발견했다. 분명 회센터에서 직접 떠온 싱싱한 회인줄로만 알았는데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로 회를 먹지 않았다.
갑자기 모든 해산물이 역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한 세 달 쯤이었나, 우연히 <씨스피라시>를 보게 되었다. 메세지는 이렇다. "생선을 그만 먹으세요."
다큐멘터리 내용을 요약하자면,
1. 부수어획(bycatch)로 수많은 해양생물이 죽임을 당한다
참치를 잡을 때 딸려잡히는 거북이, 상어 등은 모두 죽은 목숨이다. 우리는 물고기를 먹을 때, 그 한 마리를 먹기 위해 다른 생물들을 죽이고 있다.
2. 어업활동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이 심각하다
진실공방이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매일 플라스틱을 줄이자며 텀블러를 쓰고, 에코백을 들고, 종이빨대를 사용하면서도 더 큰 문제인 어망들은 바다에 가라앉아 수많은 물고기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
3. 그래서 포획대신 양식을 한다고? 그것도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양식장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물고기들. 그 안에는 물고기들의 배설물이 그득하다. 그로부터 기생충에 감염되기도 하고, 살색을 변하게 하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사육당한다. 실제로 연어는 원래 하얀색에 가까운데, 양식장에서 사료를 통해 색깔을 더 붉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끔찍하다.
보고나면 해산물을 멀리하고 싶어진다
머릿 속에 맴돈다.
어부들이 잡을 물고기를 다 뺐어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고 버려지는 고래들의 사체.
부자들이 샥스핀을 즐겨먹는다는 이유로 지느러미만 잘려 바다로 다시 내던져지는 상어들.
한 끼 식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생명을 죽여야하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부분이다.
채식주의의 단계 중 나는 어디에 있어야할까
채식주의자의 종류야 사실 무지막지하게 많다. 고기를 아예 안 먹는 사람, 조금 먹는 사람, 먹다 말다 하는 사람 등등.
근데 난 그냥 이 그림이 좋다 ㅋㅋㅋ
고기, 생선,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사람이 비건(Vegan)인데,
언젠간 과일도 못 먹게 되는 날이 올까?
'리듀스테리언'을 실천해보는 것은 좋은 시작일 것 같다.
Reduce(줄이다)가 앞에 붙은 이 단어는, 육류/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뜻한다.
사실 동물성 식품을 아예 안 먹는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매번 '저는 채식주의자라 고기/생선 안 먹습니다' 하면서 회식 자리같은 곳을 빠질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확실히, 놓치는 즐거움이 많을 것이다. 어제만 해도 친구들이랑 고깃집 가서 매우 만족스러운 한 끼를 했는걸...
다만, 일주일에 5번 먹었던 것을 일주일에 2번으로 줄이는 정도의 노력은 의식적으로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다큐멘터리가 있어. 지구에 이런 영향을 끼친대'라고 말하고 다니는 정도의 노력은 하게 되더라.
참 많은 생각과 충격, 그리고 다짐을 할 동기를 던져준 멋진 다큐멘터리였다!
'드라마 & 영화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영화추천] 화이트 타이거 <The White Tiger, 2021> _인도의 실체를 까발리다 (분석/결말) (0) | 2021.05.06 |
---|---|
[넷플릭스 다큐분석] 씨스피라시<Seaspiracy, 2021> _내용 정리분석/스포있음 (4) | 2021.04.25 |
[HBO 미드추천] 러브라이프 <Love Life, 2020>_첫사랑부터 마지막 사랑을 만나기까지 (0) | 2021.03.14 |
[에세이] 디지털 취약계층은 우리 곳곳에 있다 (feat. 나, 다니엘블레이크) (0) | 2020.12.05 |
[왓챠플레이 영화추천] 캐빈 인 더 우즈 <Cabin in the Woods, 2011> 줄거리 및 리뷰_ 슬래셔 장르에 대해서 (0) | 2020.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