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 시스템>은 솔직히 어떤 성공학 서적보다도 마음에 와닿는 말들로 가득했던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그냥 하나 사서 맨날 읽어야지 싶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은 가끔 사람을 기빨리게 한다.
어쨌든 그들의 "과거에 불운이 있었지만 자신은 영특했고, 노력했고, 극복해서 성공했다" 라는 식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스콧 애덤스는 유명 만화 <딜버트>를 그린 만화가다. 그는 세상 누구보다도 많은 실패를 해 본 사람이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기도 했고, 사업을 말아먹기도 했으며, 두 차례 '완전한 회복이 힘들다'는 희귀한 병에 걸려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속에서 그는 나와 같은 독자들이 원하던 가장 진솔한 목소리를 꺼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열정이 성공을 불러왔다기보다는 성공이 열정을 불러왔던 것이다." - p.32
맞다. 성공을 거둔 사람은 책도 쓰고, 성공 비법을 알리려 인터뷰를 하며 지낸다. 자신이 멋지고 대단하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하는 한편,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성공의 이유를 '내가 똑똑하고 멋지고 대단해서'가 아닌 '열정'이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로 퉁쳐버리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도 이런 저런 사업과 일에 열정을 느꼈지만,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열정을 잃었다고. 만화 <딜버트>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자신의 열정도 높아졌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자꾸만 못하는 것 같고, 칭찬도 듣지 못하는 데 오직 '열정'만으로 그 일을 계속 붙들 수 있을까? 난 그렇게 생각 안한다. 저자의 생각과 같다.
기왕이면 당신 스스로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편이 바람직하다
p.98
책 <시스템>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들 중 하나는 '에너지'이다. '열정'보다는 '에너지'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 에너지라 함은, 나에게 기대감을 주고 기운을 솟게 만드는 일들로부터 나온다.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들과는 거리를 둘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곧 '생산성'이다. 저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총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라.
2. 최적화보다는 단순화
3. 자세의 중요성
4. 청결
5. 지식
6. 언행을 조심하라
(주변에 언행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솔직히 그와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저자가 말하는 '잔인한 말을 솔직함으로 정당화하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재수 없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런 행동을 하면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 역시 피해다녀야겠다.)
7. 우선순위를 세워라
나는 만화가가 되기 전에 여러 회사에서 끔찍하게 지루한 업무를 많이 맡았다. ... 언젠가 나를 회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 한 두가지 일들을 부수적으로 헀던 것이 도움이 됐다.
p.99
정말 지극히도 현실적이면서 희망을 주는 문장이다. 그 역시도 16년 동안 회사생활을 한 후에 만화가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굴레에 얽히기 싫은 회사원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어떤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을 헤치고, 에너지를 뺏긴다면 그 일은 잘못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p.118
행복은 당신이 지금 있는 곳보다 당신이 나아가는 방향과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
p.297
책 안에는 행복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챕터가 있는데, "우리의 삶에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불행해진다"는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가 하는 것처럼 일상의 규칙에서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8가지 행복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1. 올바른 식사를 하라
2. 운동하라
3.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4. 멋진 미래를 상상하라
5. 유연한 스케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
6.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을 하라
7. 자신을 다 도운 다음에 다른 사람을 도와라
8. 매일 내려야 하는 결정을 일상적인 규칙을 통해 줄여라
참으로 현명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한 권 사서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소중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제목을 '더 시스템'보다 더 흥미롭게 지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더 시스템'은 무슨 운영관리책 같이 진부해보이는 제목이다 -_- )
저자가 그린 만화 <딜버트>의 삽화를 중간중간에 넣어보았다.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 위주로 그렸는데,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 인기가 많아진 케이스이다. 하나 하나 읽다보면 정말 재미있고 재치있는 대사가 많다. 심심할 때 한 번 찾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딜버트 만화는 공식 사이트에서 무료로 구경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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