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에 서핑하러 간다. 소중한 연차를 처음으로 내 맘대로 써서 그동안 너무 배우고 싶었던 서핑에 도전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항상 설레는 것 같다. 서핑을 하기로 마음 먹은 직후로부터 운동 달력을 만들었다. 하루 하루 그어가면서 매일의 운동이 쌓여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까 성취감이 하늘을 치솟는다. 운동을 하기 위한 동기 중 이렇게 강력한 동기가 없었던 것 같다 ㅋㅋ 패들링을 하기 위해 팔근육과 코어근육을 엄청 단련하는 중이다.
서핑에 대한 지식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일념 하에 발견한 운동 에세이, <난생 처음 서핑>을 소개하고 싶다. 처음에는 서핑에 대한 지식을 얻고 싶어서 집어들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인생을 서핑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 중에서도 너무 멋진 문장들이 많아서 몇 문장 소개한다.
보드를 사려면 무조건 왁스를 벗겨 숨겨진 민낯을 확인해야 한다. p.107
분명 보드에서 떨어질 땐 천길만길 낭떠러지였는데, 버둥거리다가 엉덩이가 바닥에 닿았을 때의 민망함이란. p.48
바다에 나가 있는 시간 중 파도를 타는 시간은 사실 1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p.83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워. 안 그러면 무게중심이 앞에 있어서 보드가 앞으로 박혀." p.99
위와 같이 여러 문장들을 읽다보면 저자와 처음부터 서핑을 같이 배우는 기분이다. 처음부터 잘 안 맞는 수업을 들어서 서핑에 대한 흥미를 잃을 뻔한 얘기, 뱃살 가리다가 계속 바다에 처박히던 얘기, 3년간의 막막하던 취준생활이 얼마나 바다와 닮았는지에 대한 얘기. 모두 서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에피소드들이다. 군데 군데 실용적인 서핑 강습 지식도 공유해줘서 도움이 된다 ㅎㅎ
완벽한 시도도 없고, 완벽한 결과도 없어요. 실패도 경험이고 성공도 경험이 되는거죠. 그러니까 시도하는 게 중요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진짜 실패야. p.115
그날 바다가 좋았든 안 좋았든, 파도를 많이 잡았든 아예 못 잡았든, 서핑이 끝나면 에스더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재밌었지?" 파도에 몰두했으면 그걸로 됐다는 말. 어쩌면 서퍼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인지도 모른다. p.147
네가 스스로 느끼기에 아무리 못나고 부족한 것 같아도 너는 지금 그 순간을 버텨내고 있잖아. 엄마는 그것만 해도 네가 능력있다고 생각해. p.156
취준 생활을 오래했던 저자는 자신감이 바닥이었나보다. 하지만 서핑을 배우면서 실패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것 같다. 책장을 넘길수록 저자에게 용기가 쌓여가는 과정이 보이고, 저자는 그 용기를 서핑으로부터 많이 충천한 것 같아 서핑의 매력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인생이란 것이 끝없이 많이 소유하는 경쟁을 위해서 주어진 시간일 리 없다. - 니체, p.160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요즘 물욕이 너무 올라있다... 정확히는 물욕이라기보다 돈욕심이 많이 올라있다. 돈을 좀 벌었다 싶으면 항상 나보다 더 쉽게 많이 번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새 나도 점점 자낳괴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딱히 갖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던 물건들에 눈이 가게 되고, 그냥 사버릴까 참을까를 고민하던 요즘 이 문장이 내 마음 속에 탁 와닿았다. 인생은, 소유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니깐.
서퍼도 파도의 갈기를 잡고 안장 격인 보드에 몸을 실은 채 파도 위에 올라 탄다. 타이밍 좋게 파도의 갈기를 꽉 쥐고 올라 타면 파도는 궁둥짝을 맞은 말처럼 쏜살같이 앞으로 내 달리고 그 위에 내가 서있다. p.175
너무 시적이면서 멋진 문장이다. 포세이돈같자나 ㅎㅎㅎㅎㅎ
자기 세상이 좁을수록 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p.197
서핑 기본지식
샤카(Shaka, Hang-loose)
하와이의 'Aloha'와 같이 사랑과 연대, 이해를 뜻하며 '멋져, 잘했어', '고마워', '환영해, 안녕'등의 의미를 담음.
서핑 성지 : 발리 짱구(롱보드 성지, 바투볼롱_Batubolong/ 올드맨 서프 스폿_Old Man Surf Spot), 필리핀 시아를가오(Cloud9)
-테이크오프
-라인업 : 그린웨이브 타러 가는 진짜 서핑
-패들아웃 : 패들링을 해서 파도 뒤로 넘어가는 것
-덕다이브(숏 보더), 에스키모롤/터틀롤(롱 보더)
-보드의 종류 : 숏보드(6~7피트, 1.8~2.3m), 롱보드(8~12피트), 펀보드
-롱보드 기술 : 워킹(보드위를 걷는 기술), 행파이브(노즈에 다섯 발가락을 거는 기술), 행텐(노즈에 열 바락을 다 거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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