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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줄이고 행복에 가까워지고 싶을 때

[에세이 추천] <비혼 1세대의 탄생>, 홍재희 _비혼주의 여성의 사이다같은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주다

by 파랑코끼리 202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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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부터 느낀 것인데,

작가의 목소리는 분노에 가득 차있다.

 

 

'왜 결혼 안했냐'는 불편한 오지랖을

20년 가까이 들어온 탓도 한 몫 할 것이다.

 

 

여성 입장에서는 읽으면서 사이다 같은 발언도 많이 발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ㅋㅋ

 

 

 

 

 

 

저자 홍재희는 비혼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다.

본인을 X세대, 비혼 1세대라고 소개한다.

 

 

  Q : 비혼(非婚)의 뜻은?  

미혼(未婚)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미혼이 '결혼 하지 못한' 어감이라면
비혼은 '결혼하지 않기로 선택한' 어감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독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가치관을 보여주는 단어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사회적 배경도 한 몫 한다고 말한다.

IMF 이후 사회에 나온 X세대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경제적 불안이었다.

 

대량 해고와 노동 유연화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경제적인 불안과 더불어 결혼의 안정성마저 의심받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대학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한 여성들은

'현모양처'의 틀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는 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어머니는 종종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고 했다. .
..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가에 따라서
백팔십도 인생이 바뀐다는 소리다.
...
하지만 나는 고작 남자 한 명 때문에
내 인생이 전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p.34
한국에서 '여자는 서른을 넘기면 안 된다'
가족과 사회의 암묵적인 강요는
평범한 미혼 여성들을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게 했다.

p.39

 

 

 

공포장르같이 너무나 무서운 설정...ㄷㄷ

 

 

소설 원작 드라마 <시녀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너무 보고싶은 드라마인데 아직 예고만 본 상태이다.)

 

1985년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발표한

장편소설 <시녀이야기_the Handmaid's Tale>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훌루에서 2017년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하였다. 

여성을 오직 자궁을 가진 출산기계로만 바라본다는 설정으로

충격을 안겨주었고, 미국에서 매우 큰 인기를 끌었다.

 

 

재밌는 것이, 책이 출간된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국가는 여성들에게

애를 낳으라고 강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이를 낳아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한다,

나라를 위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며 '애 낳으면 국가에서 돈을 더 주겠다'하는

시혜적 발상을 떠올리는 나라.

 

 

음... 이건 순서가 바뀐 것 같은데.

일단 우리의 위대한 조국을 위해

기꺼이 내 젊음과 몸을 바쳐 출산을 하려는 여성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보다는 정말 아이를 낳고 싶고 

사랑스러운 가정을 일구기 위한 목적이 먼저 아닐까?

 

 

2016년 가임기 출산지도  ㅂㄷㅂㄷ

 

 

그런 의미에서,

2016년 정부에서 내놓았던 '가임기여성 지도'는 진짜

국가가 여성들을 어떻게 보는지를 확실히 보여준절대 잊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 정책은 여성의 출산을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남성의 소유, 곧 국가의 소유로 간주해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p.62

 

 

 

저자는 본인이 지난 20년 간

비정규직 알바 노동자로 살아왔다고 토로한다.

 

비록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고 수상 경력도 다수 있지만,

풍족한 생활은 커녕

매달 고정적 수익이 100만원 아래라는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알바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존중해줄 것을 호소한다.

사회에서 싱글, 여성, 비정규직은 사회 최하층민이라고

자조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성차별의 위력은 20대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20대 남성들은 취업에 있어
자신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군필에 학점 3.5점의 남자와
학점 4.0의 여자 중 누가 더 취업이 잘될까.
당연히 남자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P.149

 

 

 

음, 잠깐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취업시장 내 남녀 성비에 관한 이야기다.

2017년 말, 나는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진입했다.

'취업하기 빡세다'는 말을 2013년부터 들어왔던지라

취업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여러 번의 서류탈을 거쳐 한 회사의 면접자리에 가게 되었다.

면접이 총 3번 있었는데,

1차 면접 때는 여자 4명/ 남자 4명의 균등했던 성비가,

 2차 면접 때 갑자기 여자 1명/ 남자 5명으로 확 쏠리더니

3차 면접 때도 여자 1명/ 남자 5명으로 끝났다.

 

 

갈수록 대기실에 여성동지(?)들이 안보임에 따라

어떠한 불안한 마음이 샘솟앗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의 불균형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여성들은 깨닫고 있다.
결혼이 더는 삶의 안전망이 되어 주지 못한다는 것을

p.170

 

사람마다 최선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최선이 상대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긴 어렵다. 

p.181

 

내가 자발적 비혼이자 1인 가구로 사는 까닭은
독립된 삶을 원하며 사생활을 간섭받기 싫어서이다.


p.207

 

결혼제도만을 '정상'으로 인정하려는
낡은 고정관념때문에
한국의 출산율은 더 바닥을 칠 것이다.

p.218

 

미래에는 스스로 살림할 줄 알고
남을 돌볼 줄 아는 남성만이 여성과 함께 살 가치가 있다.

p.234

 

 

싱글여성을 막연히 '골드미스', '화려한 싱글'이라고

지칭하는 것에도,

그렇다고 '왜 결혼 안해?' '꺾였네' 하며

가치없는 사람인마냥 취급하는 것에도,

저자는 모두 신물이 났다.

 

 

그저 결혼 안하고 혼자 잘 살아보겠다는 여성에 대해

사회는 쓸모없는 간섭과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라는

두루뭉실한 포장과 함께

오늘도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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