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 언슬조>는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쌓인 콘텐츠를 정리해 발간한 책이다.
여성직장인들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솔직한 고민들을 담았다.
총 5명의 직장인 여성들이 공저자로 등장하며, 배경도 직업도 가지각색이다.
'롤마들' 김부장
직장생활 19년차의 40대 중반 여성
여러 직장을 거쳐 대학원 박사공부를 하고 있다.
'머슬마니아' 신차장
직장생활 14년차 30대 후반 여성
비서업무를 하다가 직무전환에 성공하였다.
'프로이직러' 이과장
직장생활 12년차의 30대 후반 여성
다섯 번의 이직을 거침과 동시에 대학원 공부, 독서모임, 운동, 블로그 운영 등 여러 분야의 자기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대리끼리 대동단결' 문대리
직장생활 8년차 30대 중반 여성
8년 간 한 직장에 근속 중이다.
'프로백수' 박 PD
프리랜서 15년차 40대 초반 여성
정규직 경험 없이 방송계, 미디어 계통에서 여러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업계의 다양한 모습을 한 여성들이 등장하여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친언니가 알려주듯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주는 컨셉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팟캐스트를 들은 적은 없지만 책을 읽은 순간 매료되었다.
생각 & 인상깊은 문장
회사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년을 넘겨 3년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이다.
회사 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회사에서 길을 이끌어 줄 여성 멘토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야망을 갖고 진짜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시는 여성분들보다는
젊을 때 운동을 해 몸을 만들어 놓으라거나, 남자를 많이 만나보라거나,
심지어는 결혼하기 전에 양다리는 꼭 걸쳐보라거나(?!), 애를 낳을거면 빨리 낳으라거나...
하는 조금은 민망하기도 한, 회사에서의 커리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을 조언이라고 던져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다.
우리의 품격과 존엄성이 무너지는 건 힘든 일과 회사 자체 때문이 아니다.
전혀 닮고 싶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할 때다. 나의 미래에 그들의 모습이 투영될 때다.
나는 그런 분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날이 강해졌다.
'전혀 닮고 싶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 들어오는 10년 후 여자 후배들에게
남편 잘 만나 결혼하라는 식의 이야기나 해주는 직장상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다.
그보다는 진짜 일을 멋지게 잘해내서 존경을 받는 타입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 때문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회사생활에 잡음이 생긴다고 느낄 때면,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좋은 사람 이전에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학생 시절, 세 개의 다른 회사에서 인턴으로 짧게 일하면서 항상 여성 멘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내가 무딘 성격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남초집단의 여자 인턴이었던 나는
놀랍게도 큰 불편함 없이 남자상사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말 눈 돌리면 90%가 남자인 상황에 기괴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그 때, 한 여성 과장님이 눈에 띄었다.
다른 부서의 과장님이어서 말 섞을 기회는 없었지만 멋진 커리어우먼 같다고 생각했고,
편하게 대해주시는 남자 과장님께 그 분에 대해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업계에서 여자들 살아남기 힘들어. 저 분도 저 나이 될 때까지 결혼도 못하고 있는거 봐.
개인적으로 여자들한테는 이 업계 별로 추천하지 않아."
아마 많은 '모범생 여자'들이 나와 같은 코스를 밟았을 거다.
내부의 목소리를 최대한 누르면서 외부 기준에 신경 쓰고,
열심히 노력해서 칭찬받으며 조용히 그리고 티 안나게 기뻐하는.
외국계 회사에서 말이다.
여자 과장에게 그런 시선이라니.
충격적이어서 여전히 머릿 속에 남아있다.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이런 시선을 견뎌내며 살아야되는 것일까?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에게, 큰 두려움을 심어주었던 말이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팀 안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 내게 딱 맞는 역할,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면 된다.
어쩌면 오늘도 당신을 괴롭히는 건 못된 놈의 악의가 아니라 착한 사람의 서투름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을 읽으며 상사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고충의 종류를 이해하게 되었다.
샌드위치처럼 위아래에 낑겨서 직급 간의 갈등을 중재해주는 역할까지 맡아야된다는 사실도.
가끔 상사가 까칠하게 대꾸를 할 때면 혼자 조용히 상처받고 돌아와서
동기들과 함께 이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는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 분들도 누군가의 부하직원이고,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을 수 있고,
그 분들이 내 몸이 안 좋을 때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나도 그 분들을 더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시점의 회사에서 더 원하는 것이 없고, 퇴사 후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면 당연히 퇴사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퇴사하고 싶은 이유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회사의 장단점을 나열해보고,
개선의 여지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이나 동료 또는 상사가 있는지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요즘 서점가에는 퇴사나 이직을 권하는 책들이 많고, 이직 경험이 스펙이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작정 버티기보다는 얼마나 현명하게 버티느냐에 따라
퇴사나 이직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잘하는 사람이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잘하는 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능력껏 여러 차례 이직하시는 분들도 훌륭하지만,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속하시는 분들도 풍파를 겪으며 꿋꿋이 버텨온 존경스러운 분들인데,
그들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어있는 듯하다.
자신이 갈 길을 열심히 개척하되, 다른 사람의 방식을 깎아내리는 안타까운 행동만큼은 지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어디 회사의 누구'라는 이름은 회사 밖의 나를 절대 지켜주지 못한다.
명함의 직함에 기대지 말라. 회사에 속해 있을 때야말로 나라는 사람을 더 아끼고 키워야 할 때다.
회사에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으로 누리기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
큰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기.
너무 거대하면 엄두가 안 나서 움직이기 싫기 때문에 하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잘게 쪼개서 적는다.
한 개를 아홉 개로 늘려서 쓰면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고,
하나하나 해치울 때마다 게임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희열을 느끼게 된다.
멀리 가려면 한 발 한 발 정확히 내디뎌야 한다.
작은 일, 작은 행동이 때로는 더 중요하다.
슬럼프가 와서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잘 해오고 있던 공부가 갑자기 너무 방대해보이고, 이걸 과연 내가 끝내기나 할 수 있을까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도대체 무슨 소용일까, 앞으로 나가고 있긴 한걸까, 하며 우울감과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그저 침대에 멍하니 드러누워 나는 안 되려나봐, 그냥 이 상태로 살아야되나봐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참 큰 힘이 되는 문장이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너무 큰 목표를 갖고, 촉박한 시간에 빨리 해버리려다보니 스스로 불안감을 재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지 말기로 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서,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기로.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괜찮아, 지금은 부족한 게 많지만 곧 그만큼 할 수 있어. 괜찮아."
"괜찮아. 지금은 모르는 게 많지만 곧 능숙해질 거야. 오늘은 이러지만, 1년 뒤의 나는 더 능숙해질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모래알 같은 오늘들이 하루하루 쌓여 한 달, 반 년, 일 년이 지나면
나는 어디쯤에 와있을까 상상해보며 오늘의 똑같고 반복되는 루틴을 완수해낼 힘을 얻게 된다.
오늘 당장 뭔가를 짠하고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일 년 후의 내가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오늘의 내가 돕도록 하자.
'시간은 공히 흘러가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시도 후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게 나랑 맞지 않네' 하고 아는 것도 하나의 전진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니다'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결국은 나를 알게 된다.
그래서 잘 가고 있는지 흔들릴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것 하나하나 의미없는 것은 없다며 오늘도 루틴한 삶을 살아간다.
조금 불안해도 괜찮다. 각자의 삶은 저마다의 이유로 조금씩 불안정하니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끼고 사는데,
그 책으로부터 '나만 이렇게 불안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얻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불안감은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쁜 마음으로 이 요동치는 감정을 끌어안으려 노력해야겠다.
나와 다른 이들의 성취를 괴롭게 비교할 필요도 없다.
단지 그와 나의 시간표가 다른 거라고 생각하며 그냥 묵묵히 자기 길을 가되,
다른 이에게도 행운이 가득하길, 그래서 그도 자신만의 황금기를 흠뻑 누기리를 빌어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
이런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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