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 빠니만 보던 나에게 원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더랜다. 하나 둘 영상을 보다보니까 원지한테 스며들어버림. 그녀의 에세이는 영상에 다 담기지 않은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세, 아버지의 파산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학창시절을 판자촌에서 거주했고, 20세 대학교에 입학했으며 다행히 국가에서 나오는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때까지 찢어지는 가난으로 많이 고통받았음이 느껴진다. 24세, 구두매장에서 울면서 알바한 돈을 99% 저축하며 모은 돈으로 아프리카 8개국 종단을 한다. 그리고 26세, 졸업하고 취업을 했으나, 정말 심한 야근과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 높은 강도의 일로 입사 9개월만에 퇴사. 27세에서 29세까지 스타트업에 도전하며, 29세에는 아프리카 우간다로 다시 돌아가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마지막 창업을 토전한다. 30세에는 유투버 양성산업에 선발되어 미국에서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으며, 시카고의 건축사무소에도 취직이 되었다가 프리랜서일을 병행했다. 그리고 31세, 본격적으로 여행 유투버가 되어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 때가 2018년. 정말 다사다난하다.
원지가 멋있는 포인트를 간단히 보자
1. 가난하고 돈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모은 돈을 다 끌고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아프리카로 3개월간 혼자 떠난거
2. 취직을 한 후에도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이건 아니다, 10년 후 오후 1시에도 이렇게 앉아있고 싶지 않다'라는 모든 직장인이 할 법한 생각을 하고 나서, 바로 그만 두는 실행력을 가진 거
3. 그 후에 자신의 마음이 가는 '아프리카'와 관련된 창업시장에 계속 뛰어들며 남은 20대를 불태운 거
4. 미국에 보내준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의 기회를 덥썩 잡은 거. 이 때도 사실 30이라는 나이 앞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고 저자는 고민하는데, 그 고민을 1년간 미국에서 유투브 해보면서 정리하겠다는 그 실행력과 마음가짐.
내가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몇 자 정리해보고 싶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질러 보니 생각보다 별일 아니더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여행을 위한 여행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따를 것.
퇴사를 하든 안 하든, 장기 여행을 하든 안 하든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각자 죽을 때까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는 것을 말이다
'10년 뒤 1시' 그때도 이렇게 벽시계를 바라보며 멍하기 앉아 있는 내 모습이 하얀 벽 위로 뚜렷하게 그려졌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프리카 들판을 누비고 바람을 느끼던 그때의 결심처럼 살아가리라. "2주만 더 있으면 명절인데, 보너스라도 받고 퇴사하지." "몇 달만 더 있으면 1년 채우는데, 더 버티지. 그래야 이직하기도 쉽고."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나에겐 이미 꽉 찬 스트레스로 돈보다 시간이라는 이상한 객기만 남아 있었다.
내가 쓴거냐고.... 진짜 나도 3개월만 '버티면' 퇴직금을 받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지금 아니면 못할 거 같다'는 생각과, 지금 당장 그 돈보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 가차없이 그만둬 버렸더랜다.
그동안 결과만 보고 헛된 노력이었다고 우울해했던 모든 '짓'들은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시간 낭비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첫 직장 취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아프리카 종단, '창업 실패'라는 딱지르 달게 한 스타트업 도전,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것들은 이 이상한 글로벌 사업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 부분에 높은 점수를 안겼다.
이번에는 결과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행여나 또 한 번 실패한다 해도 절대 우울해하지 말자.
그런 불안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차피 여기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고약한 성질머리 탓에 하기 싫은 건 죽어도 못하겠고,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미국에서 1년간 부딪혀 보는 게 어쩌면 시간을 버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결정이 앞으로 나를 어떤 곳으로 데려다 놓을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까짓것 그냥 저지르는 거다. 그래, 미국에 가자! .... 이미 결정을 내린 후라지만 '잘한 결정일까?' 하는 무거운 의문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선택으로 내 인생의 방향은 또 한 번 꺾여 뻗어가겠지.'
나이에 맞게 산다는 건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그 기준에 맞게 살면 이런 고민들은 사라질까. 정해진 답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그만 아닐까.
우간다에 이어 미국에서의 일상도 계속해서 유투브에 기록해나갔다. 큰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영상 제작자, 그래픽 디자이너, 유튜버로서 조금씩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미국에 있는 동안 좋아하는 여행을 마음껏 떠날 수 있었다.
3년째 운영한 유튜브 수익은 고작 커피값을 충당할 정도였다. 몇 달째 구독자 수도 제자리걸음이었다. ... 그래도 늘 뭔가를 만드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끼니 그만둘 순 없었다. ...
그즈음 에티오피아 관광청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여행 유투버로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떠나는 팸 투어에 초청한다는 메일이었다. ... '여행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고, 그들에게서 엄청난 에너지와 자극을 받았다. 특히 좋아하는 여행을 실컷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배웠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헛짓거리라 생각하며 벌여온 일들이 어떤 식으로든 꼭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짜 할 만큼 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안 풀릴까'하던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늘 불행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찾아온다고,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자 정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감사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팍팍한 현실에 체념하거나 남이 만들어 놓은 시선 속 선택이 아닌 마음의 흐름을 따라 흘러온 이전의 나의 수많은 선택들이 처음으로 벅차게 느껴졌다. ... 먼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싶다.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영상물을 만들어 세상에 공유할 수 있는 , 나만의 채널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심으로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행운도 나에게 들어올 공간이 있어야 다가온다고. 빡빡한 계획과 욕심으로만 마음을 채우면 눈앞까지 다가온 행운도 들어갈 곳 없어 떠나버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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