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게 빌렸다 ㅜㅜ
오디오북이 있긴 했는데 나는 페이퍼로 보고싶었단 말이다!
작가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미국인이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 H마트 코너를 헤매며 어머니와 한국인으로서의 흔적을 찾아헤맨다.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어머니와의 추억에 대한 회고록이자, 어머니의 마음을 속 썩였던 기억들에 대한 후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 사이사이에, 엄마가 건강했던 시절 엄마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면서 서술을 진행하는데, 그래서 더 드라마를 보듯이 눈에 그려진다.
'넌 그럼 뭐야?'는 열두살인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내가 눈에 띄는 사람이고, 존재를 식별할 수 없는 사람이고,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임을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이었다. p.165
한때 어떻게든 미국 교외의 또래 사이에 섞이려 안간힘을 쓰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내 소속을 증명해야 할 무언가로 느끼면서 성인이 되었다. .. 나는 두 세계 중 어느 세계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다. p.185
| 한국에 대해 너무 잘 묘사했다
한국에서 '예쁘다'라는 말이 착하다, 예의바르다 라는 말을 대체해서 사용될 정도로 외모에 대해 진심인 나라라는 말. 한국식 음식들에 대한 묘사, 잣죽, 닭죽, 김치, 한국식 짬뽕, 김밥, 크림스프같은 것들. 의식하지 않고 먹던 것들을, 좀 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와,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과 그들을 향한 애증을 가감없이 담기도 했다.
나는 미셸의 남자친구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식을 서두르자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맞춰 모든 걸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진다. 피터는 미셸이 이토록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든든한 지지대 중 한 명이이 아니었을까. 나도 그런 배우자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런 배우자를 만나기를.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와 리스레시를 위해 갔던 베트남 여행에서 그들은 휴식을 취한 게 아니라,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회피해버린 꼴로, 서로 싸우고, 우울해서 잠만 자는 우울한 여행을 한다. 그런 엉망인 여행 과정도 다 애도의 과정으로 보이고, 그걸 묘사해낸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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