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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소설책추천] <페스트, The Plague>, 알베르 카뮈 _tvN 책 읽어드립니다! _ 전염병, 그 이후의 인간 군상에 대하여

by 파랑코끼리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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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아주 유사하게 담아낸 한 책이 있다.

바로 <페스트>

1947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현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닮아있어 소름이 돋는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에서 3월 10일에 방영된 23회차에 소개된 바 있다.

 

 Synopsis 

프랑스의 평화로운 한 소도시 오랑.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그의 병든 아내를 근교 요양원으로 보낸 후, 페스트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오랑 시를 취재하러 들어왔다가 갇힌 파리 출신 신문기자 랑베르

사랑하는 아내를 파리에 두고 온 그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시의 규제로 파리에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오랑 시를 벗어나기 위해 온갖 뒷길을 조사하지만, 이내 마을을 도우며 운명을 함께하기로 한다.

그 와중에 술과 같이 수요가 급증하는 물품을 밀수하여 큰 돈을 버는 인물 코타르도 등장한다.

때문에 페스트 사태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만을 바란다.

타루는 마을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여 기록하는, 호감이 가지만서도 의문스러운 인물이다.

알고보니 그는 어릴 적 교수형을 선포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집을 나온 후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을 해왔던 자이다.

마을의 신부 파늘루는 이 사태에 대해 열심히 사람들에게 설파한다.

페스트가 오히려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고 죄를 회개하게 한다고 설교한다.

날이 갈수록 무감각해지는 시민들에 심경과 다르게 사태는 점차 심각해지고,

죽어가는 시체들을 묻을 땅조차 부족할 지경에 이른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리외와 함께 '시민 보건대'를 함께 결성했던 타루

페스트가 물러나기 시작한 직후 아이러니하게도 페스트에 걸려 숨을 거둔다.

이후, 리외는 이 모든 일을 글로 남기기로 다짐한다.

 

생각 

 1. 개인이 먼저 vs 사회가 먼저 

마을의 의사 리외와 마을을 탈출하려는 랑베르가 토론하는 장면이 가장 먼저 와닿았던 부분이다.

페스트 전염을 막기 위해 시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전면 금지한 조치에 대한 토론.

개인의 기쁨을 생각할 시기가 아니다. 개인의 사정을 일일이 고려할 수는 없다.

- 리외, 의사

어떤 이유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떼어 놓아서는 안된다. 사회의 안녕은 개인의 행복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 랑베르, 기자

​어느 쪽에 동의하시는가.

참고로 작품 내에서는 두 등장인물 모두 사랑하는 여인을 오랑 시 밖에 두고 있었고,

결말에는 끝까지 시내에서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힘쓰며 시와 운명을 함께했다.

 

​​

 2. 전염병 전파 초기 

사람들의 무감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책을 세우는 거야, 마는 거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직까지 원인도 밝혀내지 못하고 시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시민들은 당국의 무능함을 비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수거한 쥐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방송이 나가자 시민들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 p.21

재앙은 언제든지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재앙이 발등에 떨어졌을 때에도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 p.33

역사 기록에 의하면, 약 30회에 걸친 대규모의 페스트로 약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리외에게 그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1억 명의 사망자는 상상 속에서 사라져 버린 연기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 p.33

​코로나 역시도 실감이 안나는 일이긴 했다.

그리 멀지도 않지만 또 그리 가깝지도 않았던 한 대륙에서 발생된 질병 하나가 이렇게나 큰 파급력을 가질 줄이야.

질병이 발생된 후 꽤 지나서 회사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허용해주었고,

그것이 권고에서 의무가 되었을 때에도 나는 괜찮겠거나, 했던 기억이 있다.

방송에서 무수히 접하면서도, 무섭지만 여전히 얼떨떨한 느낌인 것이 사실이다.

 3. 전염병 전파 중기 

이제 소설은 조금씩 변하는 사람들의 심경을 비춘다.

페스트는 공포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죽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 p.52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졸업 이후로 처음 맛보는 방학이기도 하다.

소중한 시간이다.

 

페스트는 또 사람들을 일시에 한가하게 만들어 버렸다. 항구를 향해 들어오던 선박들은 뱃머리를 돌리고 말았으며, 단 한 대의 차량도 시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 p.52

​종교인은 또 그 나름의 종교적 해석을 한다.

파늘루 신부의 설교 중,

오늘날 페스트가 우리에게 닥쳐온 것은 반성할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뜻합니다. 올바른 사람은 조금도 페스트를 두려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악한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심을 느낄 것입니다. 신은 재앙의 도리깨를 사정없이 휘둘러 지푸라기와 알곡을 가려낼 것입니다.

- p.64

종교인은 이 현상을 큰 뜻에 의한 어떤 의미있는 형벌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리외는 자기 자신이나 친구들의 행동에서 이상야릇한 무관심이 계속 커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페스트에 관해서라면 무엇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던 동료들이 이제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것이다. 밤낮으로 일에 열중해 있던 그들은 더 이상 신문도 읽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았다.

- p.120

어느 순간 코로나 뉴스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이 사태에 대해 무관심해지기에 이른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펑펑 낭비했다. 사치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향락에 몸을 맡겼다. 전에는 숨어서 밀회를 즐기던 사람들도 이제는 공공연하게 팔짱을 낀 채 거리를 다녔다.

- p.124

이거에 관해서라면야 요즘 소오름 돋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현 세태와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히 명품과 보석 등 사치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복 소비', '힐링 쇼핑'이 늘고 있다. (프라임경제, 2020.04.20)

해외패션 명품과 생활장르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2020.04.19)

* 보복소비 (Revenge Spending)
질병, 재난 등 외부 요인으로 억눌렀던 소비를 한 번에 분출하는 현상.

 

이쯤 되면, 알베르 카뮈씨는 소설가가 아니라

경제학자 + 예언가라고 보이는데 ...?



 4. 마지막 장면​ 

리외는 마지막 장면에서 페스트가 물러난 거리의 환호를 보며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멸시를 당하는 것보다 찬양받을 것들이 훨씬 더 많다
...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으며, 수십 년의 세월을 가구나 속옷 사이에 잠자며 살아남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 혹은 헌 종이의 갈피 속에서 여전히 집요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러다가 앞으로 언젠가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동시에 일깨워 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불러내 어느 평화로운 도시로 몰아넣어 그곳에서 죽게 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p.180

다시 안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너무도 주기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전염병 사태.

1350년 유럽의 페스트(흑사병)로 인구의 1/3이 목숨을 잃었다.

15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이 천연두, 홍역, 페스트 등으로 90% 사망하였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당시 인구 약 1600만 명의 절반이 감염되었고 14만 명이 사망한다.

바이러스는 소멸하지 않고 적응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또 언제 등장할 지 모를 일이다.

소름 돋는 결말까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생생하다.

이런 시국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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