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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소설책추천]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 2>, 이서기_직장/부동산 고민에 골 싸매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

by 파랑코끼리 202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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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소름돋는 책.

표면적으로는 사회초년생 9급 공무원 이서기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깊게는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되면 안된다는 메세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라 갈리는 부의 규모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차이.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은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일으킬 수 있는 레버리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것이 잔혹한 인플레이션 장세 속에서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메세지.

 

대기업 다닌다고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서울대 나와서 9급 공무원 할 수 있다.

꿈은 그냥 꿈이지 꿈에는 크기가 없다.

이런 말들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2030 세대와,

돈에 대한 여러 인물들의 가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2권까지 있는데 오전 동안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술술 읽을 정도로 몰입력 강하다. 

그 이유는 엄청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인물 묘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우물은 애초에 한 번 들어왔다 하면 쉽게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어쩌면 동기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아서 우물 안에서 그냥 행복하게 살기를 선택한 게 아닐까.

삶에 다양한 가치관이 있겠지만,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말을 들으면 괜시리 등골이 싸해진다. 가장 위험한 '안주'의 목소리. 마치 서서히 끓고있는 물에 몸을 던져놓고, '뜨끈뜨끈하네'라고 계속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개구리가 된 기분이랄까.

 

 

우물 밖에 더 큰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우물 안 개구리라서 괴롭다.

몰랐다면 모르는대로 만족하는 생활을 할 수 있었겠지만, 분명히 지금의 방법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저 밖에 떡하니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후로부터 더 이상 행복하지가 않다. 저 말이 정말 맞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 세상을 알아버린 마음.

 

 

 

 

꼭 해야되는 일과 안해도 되는 일의 경계를 지으세요. 그리고 꼭 지키세요. 평판을 위해서 자기를 팔지 마세요. 스스로를 너그럽게 대해주세요.

나를 생각해준다는 말로 포장된 다양한 말을 들어왔다. 나도 그게 회사 속에서 나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 이 회사에 이제 오래 있을거잖아" 라고 운을 띄며 한 말 속에는,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일까지 다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메세지가 내포되어 있었고, 나는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 마음'으로 그 말을 끝까지 듣는다. 별로 닮아가고 싶지 않은 모습을 한 사람에게서 듣는 조언은 정말 효과가 없더라.

 

 

너, 그렇게 힘들면 그냥 관둬라. 너 모습대로 살어. 절대 참지 말고, 받은만큼 돌려주고 어깨 딱  펴고, 굽신굽신하지 말고, 누가 건들면은 꿈틀만 하지 말고 콱 물어버리란 말여. 

우리 언니는 일을 하면서 참 많이 힘들어했다. 안 좋은 문화는 죄다 갖고 있으면서, 그에 합당한 보상도 제대로 쥐어주지 않는 직장에서 언니는 괴로웠을거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언니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 다만, 이렇게까지 몸과 마음이 망가져가는데도 다닐 가치가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시점이기는 했다. 다행히 언니는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다른 길이 있으며 내가 느끼는 고통은 스스로 얼마든지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하나도 감정적이지 않고, 설사 감정이 상했더라도 절대 티를 내지 않고 예쁘게 웃으면서 딱 받은 만큼만 되돌려주는 것. 그게 바로 정공법이다. 

 

최리 주무관님은 상냥한 얼굴로 홍홍홍, 하면서 엉성하게 쌓아올린 이 하향평준화의 성을 어디선가 질질 끌고 온 오함마로 후려 패는데, 그 위태로운 성은 단 한 번의 매질에 와르르 무너진다.

이 소설에서 가장 멋있었던 인물은 최리 주무관이다. 무례하고, 하향평준화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명료한 일침을 날린다. 윗사람들이 괴롭히는 이유는 오로지 본인의 '열등감' 때문임을.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 올바른 말 따박따박하고, 자기가 어렸을 적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혹은 아랫사람이 더 많은 부를 일궈가고 있다는 것이 아니꼬와서. 그래서 자신이 가진 단 하나의 권력 '회사 내의 지위'를 이용해 갖은 방법으로 이서기를 못살게 굴려는 사람들이 있다. 최리 주무관은 그런 이서기에게 신데렐라의 요정할머니처럼 등장해서 그녀를 구해준다. 아주 촌철살인 사이다를 날리는 시원한 인물이다.

 

 

 

'무늬만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다. 5분의 치열한 연구를 하는 것보다 50분의 단순노동을 원한다.

나는 무늬만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치열한 인간이 되고 싶다.

 

대기업이 성공한 인생? 그건 예전 말이지

 

 

지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데 사무실에서 골 싸매고 있냐 아깝게. 형 그러고 있는 거 좋게 말하면 가성비 떨어지는 건데 나쁘게 말하면 멍청한 거야.

초과근로수당도 주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평판'을 신경쓰며 미움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일도 아닌 것을 열심히 하는 동기형에게 준호가 말하는 장면이다.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니 일 내 일 가리지 말고, 직급 낮을 때는 일의 범위 없이 다양하게 다 알아야 되는거야." 스읍. 근데 이 말은 잘 모르겠다.

 

꿈은 그냥 꿈이다. 꿈에는 크기가 없다.

 

아무리 돈이 중하다 해도 사람이 돈 위에 앉아 있어야지 돈이 사람 머리 위에 앉아 있으면 돼? 니가 돈의 노예로 살지, 돈을 노예로 부릴지 선택 잘 해. 

 

 

2권으로 완결되는, 결말이 조금 아쉽고 씁쓸한 책이지만 기본적으로 현 시대상을 잘 반영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 읽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와 제목도 그렇고 결도 그렇고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런 하이퍼리얼리즘 다큐멘터리같은 소설이 인기인가보다 요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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