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여자 둘이 살면서 쓴 에세이.
꽤나 흥미로운 제목에 집어들었다.
에세이는 두 미혼 여성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집을 구하는 과정,
서로 다른 성향의 발견, 종종 생겨나는 갈등 에피소드와 이를 해결하는 과정,
그 속에서 느꼈던 부분들을 가감없이 풀어낸다.
매우 술술 잘 읽히는 에세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공감했고,
또 가장 인상깊게 다가웠던 세 갈래의 주제들을 크게 뽑아보았다.
타인과 공존하는 법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나를 함부로 판단하지마 (Don't judge me)
문장 자체가 좀 어색한 감이 있어서 한국에서는 대화 속에서 참 잘 안쓰는 문장인데,
외국친구들과 얘기하다보면 생각보다 아주 캐주얼하게도 잘 쓰이는 문장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뼈때리는 말이다.
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건 참 무례할 수 있는 행동.
그래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해야하는 것이다.
진심을 담아 빠르게 사과하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입으로 확인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어떨지 언급하고 공감하기.
사과는 상대방이 풀릴 때까지 해야되는 것이다.
사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렇게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사과를 하는 게 참 낯설고 어색하다.
그냥 '미안'이라는 말 한 마디로 내 맘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그냥 편하게 슥 넘어갔으면 좋겠는 그런 거.
하지만 저런 완벽한 사과를 받으면 기분이 금방 풀리더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낯간지럽더라도
정중하게 제대로 된 사과를 건네야하는 것이 옳다.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베스트 ...!)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세상 혼자서 살아갈거라면 그냥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분별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는 왠지 불편하다.
친하면서도 가까우면서도 충분히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남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하다.
지나치게 예민한 방어기제를 보유한 것은 남에게 표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려가 필요하다.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공동 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그래야 갈등이 생겨도 봉합할 수 있다.
가치관이 잘 맞지 않고 성향이 다르더라도, 서로 노력할 의지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
난 참 우리 언니랑 성향이 많이 다르다. 그것때문에 집에서도, 여행을 가서도, 참 많이 싸웠다.
근데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서로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서로 예민한 부분은 존중해주면서 조금씩 맞춰갔던 것 같다.
그래서 진짜 웬수같이 싸웠던 우리는 아주 우애좋은 자매가 되어있다♡
건강한 싸움은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
행복한 삶을 사는 법
수건 열두 장을 사는 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색깔과 크기가 통일된, 보드라운 수건 열두 장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인테리어값은 아끼지 말자 ㅠ.ㅠ
집은 나를 편하게 감싸는 우주인데, 눈이 닿는 모든 곳이 아늑하고 깔끔하면 기분이 엄청 좋아진다구.
(인테리어값을 아끼고 있는 나한테 하는 소리)
빠다처럼 나를 확실히 행복하게 하는 게 뭔지를 평소에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해산물은 나를 확실하게 행복하게 만든다!
난 새우랑 바지락이랑 오징어랑 특히 간장게장 양념게장을 아주 좋아한다.
집에서 뭐 해먹을 때에도 감바스나 토마토해물스튜나 오징어김치전같은 걸 주로 해먹는다!
빠다처럼 자신을 확실히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ㅎㅎㅎ
집에서 아래위 한 벌로 질 좋은 소재의 잠옷을 갖추어 입고 있으면 편안하고도 기분이 좋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면
아주 청정구역☆에 들어온 것 같이 상큼한 기분!
부들부들한 순면 잠옷이 제일 편하다
팀의 일원이 되고, 같이 땀을 흘리고, 목표를 성취하는 작은 경험들이 여자들에게는 더 많이 필요하다.
혼자서 하는 운동을 즐겨하는데,
이 대목을 읽고 함께 주고 받는 운동을 시작하고 싶어졌다!!
덜 스트레스 받기 위한 규칙들
똑같이 사회인으로서 한몫을 하는 맞벌이 부부 안에서도 내조의 대상은 남자들이다
...
내가 집안일을 많이 한 주에는 가사 비용을 청구했다. 바깥양반은 군소리 없이 돈을 입금했다.
나의 스트레스도 '돈 받고 하는 일'이 되자 훨씬 나아졌다. 역시 명시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재택근무를 많이하는 필자가 동거인을 '바깥양반'이라고 칭하고 있다)
가사노동의 개념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부의 가사노동을 금전으로 환산했을 때 약 1억 6천만원의 연봉이 나왔단다.
육아 + 청소 + 요리 + 운전 + 간병 + 시간외 근무수당 등을 종합해서 산출한 결과라고 한다.
(2016.11월 미국 구직전문 사이트 샐러리닷컴)
가사노동에 대한 감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해준다면 서로 섭섭함도 줄어들 것 같다.
아무래도 같이 사는 '친구' 사이라서 그런 게 더 가능할 것 같은데, 무엇보다 서로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부부 사이든 친구 사이든 동거인이라면.
싱글에게 삶의 질을 결정하는 조건은 의식주 다음으로 동네 친구다
...
도보 15분의 생활 반경 안에 이런 존재가 있을 때 삶은 훨씬 상냥하게 느껴진다.
대학 자취 시절 옆 골목 살던 친구, 바로 옆 건물에 살던 친구들이랑 참 많이도 놀았다.
부르면 신촌 한복판으로 띡- 나가서,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다가,
집에 돌어올 땐 안전하게 같은 방향인 애들끼리 함께 귀가했던 기억들.
지금은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같이 자전거도 타고 간단히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동네친구들이 있다.
그게 참 행운인 것 같다.
동네친구는 참 소중한 존재다.
무슨 소리야, 한번 브라자를 푼 사람은 다시 찰 수 없어!
ㅇㅇ 이것은 격공
깨달은 점들
돈만큼이나 근육을 모으는 일이 중요한 노후 대비라고 여기게 되었고, 무엇보다 운동의 즐거움을 귀찮음과 겨뤄볼 만하다는 걸 아니까.
근육을 모아요
저축하듯이 👍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이 강력한 주의 환기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골똘해지거나 불안에 잠식당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도 해로워요.
마흔이 넘어서도 이렇게 자신에 대해 새로 발견할 점이 있고, 남에 대한 선입견은 쓸데없을 때가 있다.
항상 배우면서 사는거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구는 태도는 버리쟈 🙌
자매 아닌 여자 둘이 하는 동거는 어떤 모양일까?
궁금증에 펼쳐본 책.
가볍게 술술 잘 읽히면서도
생각할 수 있고 공감되는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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