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소설책추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_문득 떠오르는 삶의 상처들에 대하여

by 파랑코끼리 2021. 3. 31.
728x90
반응형

책은 단편소설집이다.

저자 앤드루 포터는 이 소설을 통해 2007년 '플래너리 오코너 상'을 수상했고,

2008년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지금 이 책은 미래의 고전명작이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각종 호평을 받고 있다.

 

 

책에는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포함한 총 1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두 쪽 짜리 짧은 소설부터 40쪽짜리 소설까지 다양하며,

과거와 현재를 너무도 자유롭게 넘나든 나머지

2쪽짜리 짧은 소설마저도 몰입감이 남다르다.

 

 

 

 

 

 

끝없이 떠오르는 그 날의 기억을 회고한다.


이야기들의 소재는 이런 식이다.

 

<구멍>은 어릴 적 친했던 이웃집 친구의 죽음을 회고한다.

<코요테>는 이혼한 부모님과 집 나간 아버지를 회고한다.

<아술>은 홈스테이로 집에 들였던 교환학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두 남자를 사랑했던 학생 시절을 회고한다.

<강가의 개>는 양아치 형과의 과거를 돌이켜본다.

 

주인공들은 모두 삶의 상처와 기억을 회고하고 있으며,

그것이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된다.

여기에는 어떠한 후회도 함께 담겨있다.

'그 때 내가 대신 구멍에 들어갔더라면'

'그 때 그를 기다렸더라면'

'그 때 형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었더라면'

 

우리도 이런 경험은 많이 해보았을 것이다.

과거에 어떤 장면이 머릿 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계속 생각나고 되감기되는 기분.

 

흔할 것 같으면서도 흔하지 않은,

주변의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다.

 

한편으로는 잔잔한 그리움, 후회, 안타까움, 방관과 같은 시선이 담겨있다.

사람과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해보면 좋을 주제들


 

<코요테>

주인공의 부모는 서로 부부의 의무를 다한것일까?

부부의 의무란 무엇일까?

남편은 항상 떠나있고, 남편의 빈자리를 다른 남자로 채우던 부인의 행동은 둘만 합의하면 괜찮은 것인가?

마지막에  와이프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고 공격한 남편의 행동은 정당한가?

그들은, 그 둘은,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몸을 살짝 숙이고, 자신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무언가에 맞서, 서로를 감싸안은 모습으로 미소를 머금고 있다. p.45 _코요테

 

 

<아술>

부부가 집에 들인 교환학생의 행동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부부는 아술의 보호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을까?

부부가 아술의 '따분한 보호자'보다 '쿨한 친구'처럼 행동하려던 것은 어디서 나온 심리일까?

그렇게 몇 분여를 보낸 후에야, 우리는 마침내 뒤로 돌아 우리의 지나간 행동을 직면한다. p.87 _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헤더는 콜린에게 연인으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다 했는가?

헤더와 로버트의 관계는 부도덕한 관계인가, 바람직한 관계인가?

헤더가 로버트와 콜린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이상적이었을까?

콜린이 로버트에 대해 더 묻지 않은 것, 헤더가 로버트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 그들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나는 그제야, 콜린이 아직도 그날 밤 로버트와 내가 손을 잡고 있었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 안의 침묵 속에서 나는 거리감을,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우리집의 어둠 속에서 우리 사이에 자라고 있던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 p.124 _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주인공의 형의 실수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형제의 실수를 수습하고 덮어주는 것은 정당한 도리인가?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일란다." p.154 _강가의 개

 

 

 

<외출>

주인공은 아미쉬 집단의 여자애들을 좋아하는 자신의 행동을 비정상으로 느끼고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페티쉬를 가지는 것은 이상한 일인가? 옐로피버(Yellow Fever)처럼 동양인을 좋아하는 페티쉬도 비정상적인 일인가?

동네 아이들이 아이작 킹을 폭행하는 것을 항상 지켜만보던 주인공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비정상이었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는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우리 역시 아직 아미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여자아이들까지도. p.162 _외출
발을 디디는 곳을 보지 않았던,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 염두에조차 두지 않았던 우리의 대책 없음에, 우리의 눈먼 행동에 아직도 몸이 떨려온다. p.180 _외출

 

 

 

다양한 인물들에게 상처로 남았던 수많은 기억들이 책 속에 흩뿌려져 있다.

그럼에도 그 기억들은 지금의 본인들을 있게 한 소중한 과거이기도 하다.

 

평범한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상처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말의 위안을 받는듯한 묘한 기분이 느껴진다.

우리도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케케 묵은 상처들과 아픈 기억들을 꺼내보고

소중히 다뤄주는 것이 어떨까.

그것도 결국, 우리의 일부이니 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