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본문 중 -p.120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좋다. 연인 사이 사과는 잘못했기 때문에 하는 것보다, 서로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자존심보다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잘잘못의 여부를 따지기보다 미안하단 말 한 마디로 개선될 이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일 테니까.
사실 연인 사이 다툼은 감정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경우와 같이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하고, 화난 사람이 기분을 풀고. 그런 과정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잘못한 쪽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기도 하고, 사과를 한다고 해도 화를 풀어야 할 사람이 화가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인 만큼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사과하면 될 일인데 괜한 일에 자존심을 세우느라 사과 한 마디가 어렵기도 하고, 상대방이 기분을 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화가 풀리지 않는다. 더 억지를 부리며 상대방을 상처주기도 한다. 마음은 분명 그게 아닐 텐데.
그러한 상황임에도 상대방이 잘못을 했든, 화가 났든, 도리어 상대방이 잘못한 상황인데도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든, 그저 이 소중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사과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머리로는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상대방이 잘못을 했고 지금 본인이 미안하다며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걸 분명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입장이나 자존심 같은 것들은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함께 미소 지으며 행복하기에도 모자란 이 소중한 순간들이, 사소한 문제로 인해서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순간들로 되는 것이 더 문제일 뿐이다. 그렇기에 기꺼이 먼저 사과한다. 잘못해서가 아니라, 관계가 잘못되는 게 싫어서. 이 소중한 순간 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런 사람을 곁에 두었다면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 자신보다 너와 나, 우리를 중요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진실로 깊숙하게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방이 나를 위해 그런 노력을 다 할 때 그 마음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고 했던가. 상대방이 정말 잘못해서가 아니라, 관계가 잘못되는 게 싫어서 먼저 하는 사과를 자신의 권리로 알게 되는 것이다.
잊지 말자. 아무리 연인사이라고 해도 호의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없다는 걸. 먼저 사과하는 건, 자기 자신보다 우리 관계를 아끼기 때문이라는 걸. 아무것도 당연한 건 없다는 걸. 또한 당신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상황과 상관없이 먼저 사과해라. 잘못해서 하는 사과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되는 게 싫어서 하는 사과를.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었다.
내가 먼저 빈정이 상했거나 토라지면 그는 그냥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면 나 혼자서 울고 괴로워하며 별 생각을 다 하다가
그래도 아직 좋아하니까,
그래서 다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이 때는 이래서 이렇게 화가 났었다고.
너도 좀 이렇게 행동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화해의 대화를 청할 때, 절반 정도는 또 다른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절반 정도는 그도 함께 미안하다고 하며 잘 넘어갔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단 한 번도, 내가 토라졌을 때 그가 먼저 손을 내민적이 없었다.
그렇게 여러 차례 짝사랑같은 다툼을 겪으며
내가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언니는 말한다.
"걔가 너를 그만큼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나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그걸 인정하기는 싫어서
어느새 그의 행동을 두둔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먼저 사과한다'고 했지.
완벽히 통용되는 법칙이 아닌 건 안다.
그렇다 해도, 너는 나에게 먼저 사과한 적이 없었다.
내 기분을 먼저 풀어주려고 노력하기 보단,
자존심을 굽히더라도 나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기 보단,
그냥 너의 기분, 너의 감정이 우선이었다.
자기는 그런 '감정쓰레기통'이 되기 싫다고 했다.
(너가 진짜 감정쓰레기통을 안 당해봤구나.)
그런 공격적이고 매정한 말을 들으며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다.
그래, 그에게는 큰 문제가 없고 내가 문제라고.
이렇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 자체가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거일수도 있겠다고.
난 거의 매일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 혼자 섭섭해서 마구잡이로 써내려간 날짜들이 숱하게 흩뿌려져 있다.
그런 감정이 들었던 날들이 100이라면, 너에게 그걸 표현한 날은 10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정상이 아니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감정쓰레기통이라니.
너의 그런 반응들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너를 피곤하고 귀찮게 만드는 것 같아서,
내가 어떤 일말의 서운한 감정이 들 때도
그냥 나 스스로 해결해야지, 하며 묻어두었다.
그렇게 차곡 차곡 차곡.
그 결과 거의 싸움도 없고, 갈등도 없이 즐거웠다.
근데 그 뿐이다.
너는 나와 감정을 쌓아가고 싶어하지도 않고,
먼저 손을 내밀고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칠때면,
너는 생판 남을 대하듯 차가운 반응을 보이거나
'너의 기분은 나의 잘못도 책임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나를 대했다.
너는 <러브라이프>이 세라이자 매그너스였다.
진지한 관계는 원하지 않고, 방어적이며 회피적인 사람.
너의 마음의 크기는 딱 이 정도까지 였던 거다.
그렇게 아무런 반박도, 궁금증도, 풀어보려는 노력도 없이.
너는 왠지,
겁쟁이가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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