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먼스>라는 영드를 보았다.
시즌4가 채 나오지 못하고 막을 내린 것이 아쉽지만,
시즌3까지만으로도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드라마였다.
개인적으로 <이어즈 앤 이어즈>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어즈 앤 이어즈>가 훨씬 더 재미있었지만,
평범한 한 가족을 중심으로 하여 기술발전의 부작용과 장점을
함께 조명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느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오늘로써 완독한 이 책 <숨>은 이미 유명할테다.
영화 <컨택트>의 원작소설인 <내 인생의 이야기>를 쓴 저자
테트 창의 또 다른 소설이기 때문이다.
SF적 상상력이 가득한 이야기들은 언제 접하더라도 흥미롭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설명은 부족할지언정,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미래와
그에 따라오는 현실적인 제도적/사회적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미래에 더 많은 기술이 발달할 때에
이런 상상력들이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총 9개의 단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재미있게, 많은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챕터는
정작 책의 제목인 <숨> 보다는
마지막 장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챕터이다.
"Anxiety is the Dizziness of Freedom"
이 제목부터 마음에 확 와닿았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니.
내가 이해하기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불안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설의 내용을 아주 잘 함축해 낸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에는 프리즘이라는 물건이 등장한다.
이것은 평행세계 속 나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다.
나는 저쪽 세계의 내가 나와 어떻게 다른 선택을 했고,
그래서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그래서 '알콜 중독자 모임'처럼,
이 세계에는 '프리즘 중독자 모임'이 있다.
처음에는 다른 세계의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세계의 내가 가진 것을 확인하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질투, 시기,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타인과 끊임없는 비교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벅찬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의 비교에도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그 속에서 이 프리즘을 활용해 배우자를 잃은 유명인사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려는 인물들도 등장하고,
친한 친구의 망쳐진 인생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며
그 죄책감을 덜고자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인물도 등장한다.
한 여성의 이야기도 짧게 등장한다.
그녀는 한 남자의 청혼을 거절했고,
그 남자는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걸 본다.
그리고 프리즘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맞지 않는 남자라는 걸 깨닫고 이혼한 버전'을.
찾게 될까봐 두려운 버전은
'그와 결혼했고 지금 더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버전'이라고.
모든 인물상이 이 '프리즘'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충분히 존재할법한 인간상이라서 몰입감 있게 읽어내려갔다.
책의 모든 챕터는,
기술의 발전과 인류애 사이의 균형을 말하고 있다.
연민 어린 시선으로 인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모든 기술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은 잃지 말자고.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경이로움에 관해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라.
p.87 _숨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설령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어도, 스스로 내리는 선택에 의미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믿느냐이다.
p.94 _우리가 해야할 일
굳이 고민하지 않고 쉽게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 사람들이 쉽게 그럴 수 있는 것은 선하게 행동하려는 작은 선택을 예전에도 여러 번 했기 때문일 거에요.
p.488 _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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