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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함께 독서해요)

[책추천] <제가 한 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_'유퀴즈 온더 블럭'에 나온 남형도 기자의 체험 기록

by 파랑코끼리 202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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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대한민국 언론인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남형도 기자!

사실, tvN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남형도 기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남기자의 체헐리즘' 코너를 통해

세상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고,

이에 대한 후기를 글로 작성해왔다.

그리고 무수한 체헐리즘 기사들 중 30편의 글을 골라 책으로 엮어냈다.

 

 

 

 

남기자가 다룬 주제들만 보아도 매우 흥미를 잡아끈다.

'애 없는 남자, 육아 해봤다', '80세 노인의 하루를 살아봤다', '자소서, 진짜 솔직하게 써봤다', '눈 감고 벚꽃축제에 갔다', '집배원이 왜 죽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봤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봤다' 등등.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남기자는 취준생, 가정주부, 노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청소부 등등 우리 주변에 많이 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로 치부되어 버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모든 기사가 하나같이 흥미롭다.

 

 


   가장 인상깊었던 기사 3개 !  

 

1.  '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남기자의 체헐리즘]'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 머니투데이

'브래지어(이하 브라)'를 입는 건 자유다. 안 입었다고 '브라 착용법(法)(대뇌를 안 거치고 이름 붙였다, 없는 법이다)' 위반으로 구속되진 않는다. 브라를 벗고 나갔다 경...

news.mt.co.kr

 

파격적인 제목의 이 기사에서 남기자는 브라자를 사흘동안 착용하며 생활해본 후기를 들려준다.

그는 기사에서 브라의 비싼 가격에 한 번 놀라고, 갑갑함에 두 번 놀라고, 소화가 잘 안된다는 부분에 세 번 놀라고, 꿉꿉하고 불쾌하게 땀이 차는 느낌에 네 번 놀라고, 불편한 시선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런 식으로 남기자는, 평소라면 공감하지 못할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삶을 체험해보고 깊은 공감과 이해심을 갖게 된다. (브라자 진짜 불편쓰...)

 


 

2. '35킬로그램 방화복' 입고 계단 오르니 온 몸이 울어

남기자는 소방관의 삶을 체험해본다. 개인적으로 20키로짜리 배낭 매고 '대장정'이라며 걸어본 경험이 있는데, 그 때 진짜 땀이 줄줄 흐르고 당 떨어져서 쓰러지는 줄 알았던 기억이 있다. 근데 35키로라니 ...? 그걸 입고  계단을 오르고, 사람을 구하고, 뜨거운 불 앞에서 불을 끄는 일을 해야되는 거잖나.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근데 그렇게 출동하고 돌아와서도 행정업무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나보다. 더욱이나 매 순간 출동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출처 : 매일경제

 

하지만 으뜸은,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데도 몰상식한 시민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폭행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는다는 점이다. 진짜 이런 사람들 이해 안 되고 하고 싶지도 않다. 마치, 자기 인생의 서러움을 진짜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느낌이랄까. 사람을 대면해야하는 일이라면 이런 진상같은 사람들을 꼭 마주하게 되지만, 인간적으로 소방관분들처럼 우리 목숨 살려주러 오시는 분들한테 그러면 밤에 발 뻗고 잘 자나... 싶다. ㅂㄷㅂㄷ

 


 

3. '착하게 살기'를 거부해봤다

불쾌했던 내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그 마음 그대로를 존중해줬다.
p.261

 

남기자는 그동안 '좋은 사람'이 되는 데 왜 그렇게 집착한건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심지어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는 대상에게까지도. 그래서 네 가지 액션을 취해보기로 한다.

 

 

첫째, 무례한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해본다.

둘째, 무례한 이들에게 인사를 안 해본다.

셋째, 싫은 소리도 해본다.

넷째, 거절을 잘 해본다.

 

 

 

 

위의 네 가지 모두 '착한 사람 콤플렉스(Nice Guy Syndrome)'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쉽사리 하기 힘든 행동들이다.

나에게 모욕을 준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고 방긋방긋 웃어대야하는 사회 생활 특성상,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착하네~' '이쁘네~'하는 소리에 중독되어 살아온 건 아닌가 싶다.

계속 그 칭찬을 듣고 싶고, 그 칭찬을 듣지 못하면 내가 어디가 잘못된건가 하며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하니까.

 

하지만 단언컨데, '나를 평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무례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실천하기는 힘들지만)

 

그럼 상대방도 아차, 하고 자신이 실수한 줄 알게 되지 않을까.

(부디 그게 실수라고 생각하기를)

 

 

 

 

 

나도 남기자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영화관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영화 시작도 하기 전에

커피를 쏟아버렸고 내 코트에 고스란히 튀어버렸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고,

그저 '아이고 어째' 이러고 마시는거다.

 

근데 그 상황에서도 나도 '사과하세요' 라던가

'닦을거라도 주시겠어요' 라고 말을 못하고

그냥 '하하...그럴 수 있죠 뭐'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는 거다.

 

내가 아끼는 코트인데!!!!

 

결국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왜 그럴 수 있다고 하고 넘겨버린거지!?!?!?'

하며 내 행동을 이해해보려 노력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려서  영화에 집중을 못했던 바보 같은 기억이 있다. ㅠㅠ

 

 

당돌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 땐.

하지만 내가 나를 존중해줘야 남도 나를 존중해줄 거 아닌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싸움이 나도 내가 이긴다.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그런 종류의 당당함은 본인에게 무척 좋다.

 

그리고, 세상을 좋게 만들 수도 있다!

왜냐면 그 사람은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사과를 해야하는구나~!'하고 알게 되니까.

(어른에게도 때로는 사회화가 필요하다)

 

 

 


남형도 기자의 체헐리즘 기사를 읽다보면, 내면이 건강해지면서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남기자가 두 발로 뛰며 고군분투한 기록을 읽으며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특히 '50번 거절당해보기' 체험이 그러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생일인데 잘생겼다고 말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부터가 아주 신박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다 ㅋㅋ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새벽에 친구들과 홍대거리를 걷다가 거리를 쓰는 환경미화원분들을 마주칠 때도, 우체통에 쏙 들어가있는 우편을 보면서도, 고된 일을 해주고 계시는 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의식적으로 느끼기 어려웠다. 나 살기 바빴던 것 같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우리에게 더 넓고 따뜻한 시선을 선물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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