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는,
예고편에서 발랄한 아이들이 꺄르륵거리고, 보라빛 건물 뒤로 햇살이 환하게 비쳐오며
'플로리다'에서의 행복하고 힐링스러운 영상을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포스터만 봐도 뭔가 통통튀고 귀여운 영화일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예상과는 조금, 많이 다른 영화였다.
Synopsis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여섯 살 어린이 무니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햇살 쨍쨍한 여름의 한 가운데 무니와 친구들, 그들의 부모와 숙박업소 관리인이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모든 순간이 즐거움과 장난으로 가득차 있지만, 반면에 어른들은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월트 디즈니가 위치한 휴양지 올랜도이다. 여기서 헬기를 타고 디즈니랜드에 놀러오는 부자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날리며,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주된 재미로 지내는 무니와 친구들이다. 주인공들은 '매직 캐슬'이라고 불리는 모텔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마법의 성'이라는 환상적인 이름과는 달리 모텔은 삼류 여관처럼 초라하다. 여기서 걱정을 갖고 등장인물들을 신경써주는 인물은 관리인 바비 뿐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큰 위기는 등장하지 않으며,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발랄한 관점으로 조명한다.
생각
영화는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매우 비현실적인 듯 보이는 배경 속에 매우 현실적인 세상살이 모습이 담겨있다. '매직 캐슬'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의 빈민층이다. 아이들은 마냥 깔깔거리며 행복해하지만, 무니의 엄마 할리(22살)는 당장 낼 방 값이 없으면서도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신다.
영화를 보면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행복을 향유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가슴이 막막해진다. 당장 눈 앞에 처리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무니와 엄마 할리는 마냥 해맑으며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귀엽지만, 그것을 보는 관객으로서의 나는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무니는 자기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리고 당장에 무니는 무척이나 행복해보인다. 6살의 어린 나이지만, 남의 차에 침을 뱉고, 빈 건물에 방화까지 저지르는 무니의 행동을 제약해야 하는 엄마 할리는 훈육에 전혀 관심이 없다. 무니와 할리는 모든 순간들을 즐기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상상력이나 경험이 결핍되어 있다. 제약없는 자유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더 큰 자유를 앗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삶을 동정하게 되지는 않는다. 영화 역시 그들을 동정하는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음을 보여주고, 그들이 일상 속에서 좌절과 탄식에 절어있는 것이 아닌 작은 행복을 찾아 생활하는 모습을 비춘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진다.
함께 보면 좋은 책
이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책 한권을 함께 소개한다.
바로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라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어릴 적 몰락한 공업 지대인 Rust Belt(러스트 벨트)지역에서 태어나 마약 중독에 빠진, 자식 양육권을 포기한 부모 '힐빌리'들에게서 자라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후 되풀이된 가난과 가정폭력, 개인이 앓았던 우울과 불안의 시간도 조명한다. (그는 불우한 과거를 딛고 현재 자수성가해서 잘 살고 있다.) 미국 백인 빈민층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이 책, <힐빌리의 노래>를 함께 읽으면, 영화가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처음에 우리 국민이 매우 의아해했던 트럼프 당선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의 공약과 그의 연설이 힐빌리 계층의 마음을 움직였을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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