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여기 해리엇(셜리 맥클레인)이라는 한 여성이 있다.
사업을 크게 성공시켰고, 은퇴 후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완벽주의적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에게,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바로 신문에 부고란에 자신에 대해 쓰일 말을 정하는 것이다.
좋은 말로 가득찼으면 좋겠으나, 그녀는 평생 주변 사람들에게 모질게 굴었던 진상(?)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자, 이런 저런 프로젝트들을 시행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앤(아만다 사이프리드)은 신문의 부고란을 맡은 신문사 직원으로 등장한다.
신문사 사무실로 처들어온 해리엇의 '부고 기사 완벽하게 만들기 프로젝트'를 울며 겨자먹기로 도와주게 된다.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손바닥만한 종이 안에 집어 넣어야하는 직업을 가진 앤.
참 고민이 많을 듯하다.
나는 내 인생을 손바닥만한 종이 안에 집어 넣을 수 있을까?
넣아야한다면 어떤 말로 채울 수 있을까?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들어준다.
생각
나의 본질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작업은 참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좀 깔끔하다 싶은 인물 설명이 나올때면 잠시 멈춘다.
그리고 그 문장 중 나를 설명하기에 적당한 표현이 있는지 찾아보고는 한다.
대원수는 그가 이제껏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세련된 사람이었다. 그는 음악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린 제작자이기도 했다. 소설을 놓고 토론하기를 즐기는, 호기심 많고 열린 정신의 소유자였다.
<시대의 소음>_줄리언 반스 p.26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접한 책 <한 단어의 힘(Your One Word)>
책 소개를 보면, '나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 나의 일, 나의 사업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 '내가 나를 모르면 누구에게도 나를 설명할 수 없다' 라며, 나의 본질을 담은 한 단어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위의 문장에서 대원수는 '세련된' 사람이었던게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생을 마감할까... *_* ... *____*?
음. 최소한, 되기 싫은 모습들은 있다.
그녀는 많은 일을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밀고 나갔다. 하지만 모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사과만 하면 간단히 끝날 불화를 계속 끈다거나, 관계가 밋밋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끝내 전화를 걸지 않는다거나 하는.
...
그녀는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려 애쓰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도달한 곳은? 공허. 완전한 고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_파울로 코엘료 p.98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눈에 띄지도 않고 알 수도 없게 된 것 같은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더는 클러리사도 아니고, 단지 리처드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존재뿐이었다.
<댈러웨이 부인>_버지니아 울프 p.17
원래 선택이 어려울 때는 소거법을 쓰라고 했다.
싫은 건 확실히 아니까 !
그렇게 인생의 함정들을 요리조리 피해나가면서
내가 원하는 본질에 더 가까워지길.
죽기 전에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 묘비에 무슨 말을 남기고 싶은가, 신문의 부고란에 나에 대한 어떤 말들이 실렸으면 좋겠는가. 한 번쯤 고민해볼만한 문제들이다.
(나는 아직 고민 중인 부분이다)
글쓰기 모임 중에는 유언을 먼저 써보는 활동들도 있는데 나는 아직 유언을 쓸 준비가 안 되었다 ...!
옛날에도 '10년 후 나에게 보내는 타임머신'과 같은 활동을 하면,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너무너무 구체적인 것까지 고민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져서는, 그냥 "나는 지금 누구누구랑 친하게 지내고 있어, 지금은 친하니?"
이런 말을 써서 넣어놨던게 기억난다.
1. 미래가 더 중요하다 vs 현재가 더 중요하다
2. 행복의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가
3. 내가 완전한 만족감을 느끼려면 어떤 게 필요한가
이러한 고민들이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 믿는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으려면 아주 긴 종이가 필요할거다.
저런 고민의 결과물은, 죽음의 문턱에서 "아, 그래도 후회 없이 잘 살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심어준다.
참 깊은 주제를 보다 경쾌하게 다룬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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