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은 어떤 책인가
1. 2016년 출간된 책이다.
저자 호프 자런(Hope Jahren)은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 지구 생물학자(geobiologist)이자 지구화학자(geochemist)이다.
그녀는 201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는 오슬로 대학교에서 연구를 계속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2. '박사'라고 하면 참 딱딱한 느낌이 든다. 그 고정관념을 깨준 책이다.
3. 이 책은 과학도서인줄로만 알았으나, 식물의 생애와 자신의 생애를 엮어 만든 에세이와도 같다.
4. 여성과학자로서 느꼈던 유리장벽에 대해 생생히 묘사하고 있으며,
여자로서의 삶과 과학자로서의 삶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의 고민과 그 결론이 묻어나 있는 책이다.
5. 그녀가 공부하는 과정에서 앓았던 조울증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가 얻은 과학자로서의 화려한 타이틀 속의 삶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서 앓았던 노력과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5. 오바마 대통령의 2019년 추천도서에 들어간 <랩 걸>.
(오바마 대통령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면 꼭 정치나 역사부문에 치우쳐있지 않고, 과학, 인문, 소설 등 다양한 분야가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많이 참고해서 책을 읽는 편이다!)
6.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생 배우고, 연구하고, 탐구하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참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
인상깊은 문장들 & 생각
바로 내 진정한 잠재력은 내 과거나 현재의 상황보다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내 의욕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최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
'명상'이라 하면 되게 거창하게 들리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아니면 마음이 좀 불안할 때 10분에서 20분 정도 숨을 고르며 머릿 속의 온갖 잡다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더라. 참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명상을 할 때, 자기애를 실천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에는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그로부터 긍정적 변화가 시작됨을 경험하는 중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이 더 깊이 와닿았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사람을, 상황을, 쉽게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자세를 경계해야 할 것이고, 모든 것에는 깊은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이 문장에서 나는 그런 삶의 자세를 읽었다.
무엇을 발견한다는 것은 배움의 다른 말일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 깊이 배우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상태일 때 기분이 좋은지, 그런 것들을 배워가며
더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나가자.
“아마 자기 자신에게는 앞뒤가 완벽하게 맞는 일이었겠지.” 빌이 반박했다. “누구나 자기도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별 이상한 짓을 할 때가 있잖아. 단지 아는 건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뿐 것 거고.”
지나고나면 '그 때 내가 왜 그랬지'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불킥을 하고 싶은 순간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책을 하고 자기 비난을 하기 십상인데,
그럴 때 저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부터 나 자신에게 그러한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고 결론 내린다 ;)
나는 그 텅 빈 방을 우리가 언제나 계획하고 꿈꿔왔던 실험실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드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본 빌의 눈에 감탄했다.
...
과거의 꿈과 현재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었지만 그는 우리의 새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나도 그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작가는 '빌'이라는 남성과 매우 오랜 기간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남매보다도, 그냥 친구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로 느껴진다. (하지만 배우자는 아니다)
엄청난 플라토닉 러브가 느껴진다...!
빌의 장점 중 하나는, 작가가 쉽게 우울해지고 좌절하고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게 될 때마다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원하던 상황이 아닐 때, 그 상황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고 술만 부어라 마시는 자세와
원하던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생각의 방향성 중
나는 당연히도 후자의 자세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참 불평의 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나부터가 긍정적인 소리로 속을 단단하게 채워서 그러한 부정적인 소리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연습을 해야겠다.
깊은 밤은 이제 어둡지 않다. 밤이 왜 어둡다고 애초에 생각한 것일까? 밤의 암흑은 전에 내가 믿었지만 다차원적인 영광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수많은 지극히 단순한 것들 중의 하나다.
많이 이른 새벽시간에 일어나야 할 때가 있다.
남들이 모두 자고 있는 깜깜한 새벽. (겨울에는 더 심하다! 추위 +어둠 = 무섭다)
나는 참,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빌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밤이 더 이상 어둡지 않다고 말한다.
연구에 몰입하느라 밤새 배움과 발견의 즐거움에 푹 빠져있었던 경험 덕분이었다.
나 또한 더 이상, 이 깜깜한 새벽에 내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기로 했다. 그 순간에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제야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지구 반대편은 모든 사람이 깨어있는 그런 시간이니까 :)
(분명히 과학분야의 책인데... 괜히 위로가 된다)
뭔가에 이토록 가까이 가 있는 지금 그만둘 수 없다. 보잘것없는 내 인생이 결국 덜 혼란스럽고, 더 의미있는 일을 성취할 운명이었다는 것을 자신에게 증명하고자 하는 절박한 희망이 나를 가만두지 못한다.
나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내가 절대 연구 기금을 못 따게 되면? 내가 능력이 없으면?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잃게 되면 어떡하지?” 나는 흥분해서 횡설수설했다.
“이렇게 되면, 저렇게 되면. 그런 말은 집어치워. 그런 말 해봤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 빌이 소리쳤다.
역시 여기서도 등장한다.
우리의 긍정적인 빌!!
"이렇게 되면, 저렇게 되면. 그런 말은 집어치워!"
걱정은 사서하는 거 아닙니다.
이렇게 자신의 취약했던 모습도 가감없이 드러낸 그녀의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참, 인간적이다.
사랑과 공부는 한순간도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것은 매우 명언이다 ...!
우리는 결과중심적으로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아니, 매우 많이 있다)
결과만을 보고 좌절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그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낭비였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것에 열중했던 경험들은 바로 그 사람을 만드는 구성요소가 된다.
그것을 어떻게 낭비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달려온 과정도, 쏟아부었던 시간들도, 모두 자랑스럽게 여기고 스스로 칭찬해줄 것.
어떤 이들은 그렇게 열정을 쏟아부을 어떤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있으니.
성장 곡선으로는 특정 나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절대 알 수가 없다.
이 곡선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나무가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뿐이다.
모든 나무는 자기 나름의 성장 패턴을 찾아내서 그에 따라 자라는 수밖에 없다.
나무가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은 어떠할까.
공부만 잘하면 더 이상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었고,
누가 커서 무엇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모두 소용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잘 사귀던 사람과 미래를 그렸지만 지금은 곁에 없고,
이대로 영원히 행복할줄만 알았지만 예상치 못한 고민들은 행복한 일상의 틈새를 파고들어온다.
나도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그러니, 남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주제넘은 예측은 접어두고,
예측되지 않는 우리의 성장곡선을 어떤 방향으로 그려나가고 싶은지에 집중하면 좋겠다.
나무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인데,
과학적 지식 대 에세이의 비율이 4 : 6 정도 되는 것 같다.
식물의 삶이 우리의 삶에 너무도 잘 투영된다.
그래서 이 책은 참, 특별하다.
두고두고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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