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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추천!

[영화추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_엉망진창 복잡다난한 가족의 이야기

by 파랑코끼리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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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듣던 팟캐스트에서 언급되어 우연히 알게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름부터 참 길다. 온갖 컨텐츠가 난무하는 아이패드 속에서 눈길 가는 영화 하나 없었는데 마침 잘됐다, 이거나 보러가자 싶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결론적으로는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왔다 ㅠㅜㅜㅠ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가족간의 화해, 이웃과의 화해, 나 자신과의 화해. 

 

영화는 1부, Everything. 그리고 2부, Everywhere. 마지막 3부, All at Once 로 제목처럼 깔쌈하게 나뉜다.

 

 

장면 #1

처음에 등장하는 주인공 에블린의 모습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 가족 문제, 일 문제, 돈 문제 등등 수많은 문제들에 둘러싸여 어느 한 가지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정신없는 장면. 그 속에서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고객부터 가족까지 모든 사람들을 '내가 챙겨야할 버거운 존재', '적대적인 존재'로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어쩌면 그런 모습이 있지 않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에블린이 손님들과 세무당국의 직원 모두를 마치 자신을 공격하고 괴롭히려는 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장면 장면에서 느껴졌다. 숨이 턱 막히는 첫 장면이었다.

 

 

장면 #2

에블린은 남편이 나설 때마다 한심하게 쳐다보며 '저 사람이 또 일을 더 크게 만들겠네'라고 하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은 다름아닌 남편이었다. 그는 매우 물렁(?)해보이고, 착해보이고, 싸움이라고는 할 줄 모르게 생긴, 마냥 순하기만 한 사람같이 나온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대사가 매우 강렬했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 말이야.

 

이 대사가 예전에 너무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 <원더, Wonder> 를 떠오르게 했다.

 

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and kind, choose kind.

 

어쩌면 친절함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을 가장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예민한채로 곤두서서, 내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느라 주변 사람들을 돌볼 줄 모르고, 모든 것이 나를 괴롭히려고만 한다는 식의 자기 파괴적인 생각들. 자칫하면 그런 어두운 세계로 빠져들어 초반의 에블린처럼 잔뜩 찡그린 얼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친절하자. 

 

 

장면 #3

딸과 엄마의 다툼 장면.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장면이기도 하다. 딸의 대사가 특히 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에블린(엄마)과 조이(딸)는 첫장면부터 갈등 투성이다. 딸이 동성애자라는 점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통역이 필요한 일에나 찾고, 화가 나서 돌아가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말은 "너 살쪘어." 가족이라는 게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다. 날때부터 평생을 보고 살아온 관계지만, 진정으로 서로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가깝다는 핑계로 서로를 더 파헤치고 할퀴고 상처주는 말을 하는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엄마와 딸의 모습은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우며, 강렬하다.  조이는 계속에서 '세상 모든 것을 얹은 블랙홀 같은 검정색 베이글'을 엄마에게 보여주려 한다. 그 베이글은, 조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엄마를 실망시킬수도 있는, 가장 어둡고 불편한 모습들까지도. 그리고 그 분명한 거부반응에 조이는 말한다. 차라리 그냥 떨어져서 지내자고. 함께 있을수록 나와 엄마 서로에게 모두 상처만 된다고. 그러자 에블린은 말한다.

 

 I will always, always want to be here with you.

 

성인이 되면서 부모님과 지낼 시간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최근에 그래도 좀 오래 붙어있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러모로 소중한 시간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기회이지만, 왜인지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 와중에 이 영화를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큰 위로가 되었다. 에블린의 입에서 친절한 말보다는 딸을 질책하고 다그치는 말들이 더 많이 오갔고, 딸은 가족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괴로움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이 관계를 정말 신박하게 표현해낸 영화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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