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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놀아제끼기/해외여행 이야기

[2022 미국 여행 #1] 일상에서 떠나기 전 D-1

by 파랑코끼리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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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편하고 정들었던 곳을 떠나려니 두려움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여러모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떠날때가 되니까 내가 인복이 많았다는 사실이 새삼 명료해진다. 동기들이 보내온 장난 섞인 아쉬움과 팀원분들이 준비해주신 이벤트랑 선물들, 덕담들을 마주하다보니 첫 회사생활을 정말 좋은 조직에서 했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런 기분은 잃고 싶지가 않다.


올해 상반기 내내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던 것 같다. 내가 구축해둔 시스템에 나를 얹어놓고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들어 놓은 일상이었지만 그 와중에 고민이 참 많았고, 그렇다고 내가 그걸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성격도 아니었고.




보름 남짓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지만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짤 체력도,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확실히 꽤나 지쳐있었나보다. 갈 수 있는 선택지들이 많았지만, 이것 저것 신경 쓸 것이 많은 유럽보다는 그냥 맘 편히 털레털레 돌아다닐 수 있는 미국으로 정했다. 가까운 나라를 가기는 아깝기도 했고.


1년 전에 따놓은 ESTA, 영문 백신접종증명서, 한국 들어올 때 필요한 격리통지서랑 격리해제통지서를 챙겼다. 여권이 24년 만료인 걸 확인하고, 다음 여권 사진은 반드시 예쁘게 찍어보리라 다짐한다. 이전과 다르게 갈아입을 옷은 한가득 챙겨간다. 옷 바꿔 입으면서 기분 전환이라도 해야지. 운동복을 5세트나 챙겼다. 날씨 좋은 동네에 가는 김에 챙긴 옷 갯수만큼이라도 운동을 좀 하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서 ‘반드시 해야겠다’ 하는 건 없다. 그냥 혼자만의 시간이랑, 나무랑 바다랑 호수를 실컷 보고 오고 싶다. 낯선 여행지에서 혼자서 어떻게든 돌발상황에 대처해 나가면서 이 한 몸 스스로 온전히 책임지는 그 기분을 느끼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일단은 비행기에서의 시간이 기대된다. 일기장이랑 전자책을 주섬주섬 챙긴다. 원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가는 길에 더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다.


근데 나 비행기 탈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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