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과의 연애는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순간순간에는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다독여봤지만
결국 마음이 너무 많이 망가져버린 상태로 끝이 났다.
내가 더 많이 노력하고, 꾹 참고 그러면
언젠가는 조금씩 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내가 그와 닮아가거나
그가 나와 닮아갈 줄 믿었다.
아직도 조금은, '내 노력 부족이었나' 하는
해로운 자책을 하기도 한다.
같이 쌓아가던 성이 견고한줄로만 알았는데
젠가처럼 빈 틈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걸 나 혼자서 메꾸다가
혼자만의 힘으로는 너무 벅차고 힘들어서
"도와줘 같이 해보자" 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매몰차게 뿌리쳐진 기분.
그는 애초부터 이 성을 같이 쌓을 생각이 없었는데
먼저 멈추자고 하기에는 너무 겁이 나고.
그래서 내가 먼저 끝내자는 말을 할 때까지
너무나도 수동적인 태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가만히 있었던.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좋은 곳에 가고, 맛난 거 먹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싸우지 않고.
어떨때는 (거의 그런 적이 없지만)
조심스레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근데 아무도 말로 꺼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고름처럼 우리 사이에 자리잡고 앉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태를 끝내는 데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다.
기력을 다 써버려서 밥 먹을 힘도 없을 정도로.
억울하게도, 그 순간까지도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그런 모습을 본 내 피는 차게 식어버렸다.
사랑니가 살을 뚫고 나오면서
내 입 안에는 염증이 생겨버렸었다.
사랑니를 뽑던 날, 분명히 마취를 했음에도
그 염증이 터지는 순간 내 눈물도 콱 터져나오면서
마취되지 않은 고통을 나한테 고스란히 안겨주었다.
하지만 솜을 꾸욱 물고 지혈을 하고,
억지로 입안으로 죽을 흘려보내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결국에는 그 큰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괜찮아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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