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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토크

[일상토크] 회피형 연애의 종말

by 파랑코끼리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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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과의 연애는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순간순간에는 괜찮다고, 이겨낼 수 있다고 다독여봤지만

결국 마음이 너무 많이 망가져버린 상태로 끝이 났다.

 

 

 

 

내가 더 많이 노력하고, 꾹 참고 그러면

언젠가는 조금씩 더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내가 그와 닮아가거나

그가 나와 닮아갈 줄 믿었다.

아직도 조금은, '내 노력 부족이었나' 하는

해로운 자책을 하기도 한다.

 

 

같이 쌓아가던 성이 견고한줄로만 알았는데

젠가처럼 빈 틈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걸 나 혼자서 메꾸다가

혼자만의 힘으로는 너무 벅차고 힘들어서

"도와줘 같이 해보자" 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매몰차게 뿌리쳐진 기분.

 

 

 

 

그는 애초부터 이 성을 같이 쌓을 생각이 없었는데

먼저 멈추자고 하기에는 너무 겁이 나고.

그래서 내가 먼저 끝내자는 말을 할 때까지

너무나도 수동적인 태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가만히 있었던.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좋은 곳에 가고, 맛난 거 먹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싸우지 않고.

어떨때는 (거의 그런 적이 없지만)

조심스레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근데 아무도 말로 꺼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고름처럼 우리 사이에 자리잡고 앉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상태를 끝내는 데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다.

기력을 다 써버려서 밥 먹을 힘도 없을 정도로.

억울하게도, 그 순간까지도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그런 모습을 본 내 피는 차게 식어버렸다.

 

 

사랑니가 살을 뚫고 나오면서

내 입 안에는 염증이 생겨버렸었다.

사랑니를 뽑던 날, 분명히 마취를 했음에도

그 염증이 터지는 순간 내 눈물도 콱 터져나오면서

마취되지 않은 고통을 나한테 고스란히 안겨주었다.

 

 

하지만 솜을 꾸욱 물고 지혈을 하고,

억지로 입안으로 죽을 흘려보내며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결국에는 그 큰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괜찮아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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