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좋은 것은 모두 거칠고 자유롭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1. 줄거리 요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주인공이 갈 수 있었던 모든 인생의 선택지와 그 결과를 보여 주는 책이다.
책은 자살을 앞둔 여성 '노라'를 주인공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한때 총망 받는 학생이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우울증의 기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노라의 어릴적 꿈은 빙하학자였고, 취미로 했던 밴드는 워너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기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잘 나갔으며, 친했던 친구와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날 기회도 있었고, 학생 시절에는 수영을 끝내주게 잘 해서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우울증의 벽에 부딪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현재, 더 이상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확신한 그녀는 자살을 위해 약을 먹는다. 그리고 눈을 뜬 그녀의 앞에 단테의 신곡에서의 '연옥'과 같은 장소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그녀는 <후회의 책>을 발견하고 그녀가 가보지 못했던 모든 삶을 살아 볼 기회를 얻는다.
노라는 그렇게 다양한 삶을 살아보게 된다. 수영에 몰입하여 올림픽 금메달 선수도 되어 보고. 어릴적 꿈이었던 빙하학자가 되어 북극곰과 마주하기도 해보고, 절친한 친구를 따라 호주로 간 삶을 살기도 하고, 헤어진 남자친구와 결혼해서 술집을 차리는 삶도 살아본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결혼했던 남자친구는 알콜 중독자에 불평쟁이로 변했고, 친구를 따라 호주로 갔던 삶에서는 친구가 교통 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그녀가 겪어본 삶 중 가장 만족했던 밴드의 슈퍼스타로서의 삶에서, 그녀는 오빠의 죽음을 마주하는 식이다.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 데 말이에요.
#2. 감상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 내가 살았을 수도 있었을 삶. 얼마나 매력적인가? 우리는 말 끝마다 '그 때 그렇게 했다면...'을 달고 살지 않던가. 후회는 자기파괴적이고 가학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인지라, 우리는 그것을 멈출 수 없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이러한 우리의 심리를 꿰뚫는다.
나는 선택과 후회에 관한 생각을 꽤 많이 하는 편이다.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하면 그게 후회 없는 삶이라는 걸 알지만, 이따금 더 나은 삶은 없었을까 궁금해하곤 한다. 작게는 "그 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그 사람과 결혼을 했을까?" 부터 "그 때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까지.
오늘까지도 나의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미스터 노바디>이다.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했을 때 펼쳐지는 각기 다른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 영화에서 느낀 점은, 결국 어떤 삶을 선택 하든 행복과 슬픔은 공존하기 마련이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비슷한 영화로는 <나비 효과>가 있겠다. 그 역시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본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의 미래까지도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는 점을 소재로 한 영화였다. 이러한 종류의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불행과 우울의 중심에는 비교가 아주 크게 자리잡고 있다. 비교를 해봤자,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서 좌절을 겪고, 나보다 못난 사람을 보면서 오만심을 느끼기밖에 더하느냐는 말이 있다. 그래, 근데 말이 쉽지 아직까지도 나는 비교하는 버릇과 고군분투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인생이 이 자체로 나에게 값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에게도 아직 설득시키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어딘가 망가진듯한 답답함과 삭막함에 빠져있었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괴로워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마치 다양한 삶을 간접체험 시켜주려는 듯이 다가왔다. 이 순간 내게는 이 책이 꼭 필요했다. 나와의 비교, 타인과의 비교에 괴로워하고 있는 모든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책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백만가지 사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쳤을지 몰라도 노라는 어떤 면에서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포도밭을 소유하거나 캘리포니아 석양을 봐야 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넓은 집과 완벽한 가정도 필요치 않다. 그져 잠재력만 있으면 된다. ... 그녀의 삶은 엉망진창에 고군분투일지라도 그녀의 것이었다. 그조차 아름다웠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자.
우린 어떤 실수든 되돌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꿈을 크게 가져요. 당신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삶이 존재 하니까요. 하지만 삶의 의미만 찾다가는 제대로 살지 못할 겁니다. 카뮈의 말이죠.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갈 때 내 귓속에는 Terry Jacks의 <Seasons in the sun> 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묘하게 이 책의 엔딩과 어울리는 노래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인적이 적은 길을 선택했다고. 그리고 그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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