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 바뀔수도 있잖아. 우리가 바꾸면 되지
[석봉]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 뭐라고 적혀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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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한창 화제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 <디피 _D.P.>
순전한 호기심에 재생버튼을 눌렀다.
드라마의 주제는 탈영병을 잡는 헌병의 '디피(군무 이탈 체포조)' 이야기다.
탈영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군대의 가혹행위 및 병영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해인을 주인공으로 하며, 총 6개의 에피소드로 짧고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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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의 뜻은 Deserter Pursuit, 탈영병을 추격하는 자 라는 뜻이다
에피소드 구성은 이러하다.
1화는 정해인이 괴롭힘을 당하다가 디피에 합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어지는 2, 3, 4화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과
그들을 잡으려는 디피 커플(정해인_준호 & 구교환_호열)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단연 5화-6화를 거쳐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조석봉 일병의 탈영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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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문화를 다루는 <진짜 사나이>, <가짜 사나이> 등의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현실감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미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군대가 얼마나 심하게 폐쇄적이고 고여있는 조직인지 보여주고,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결국에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결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좌절감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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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은 김보통 작가가 2015년 발표한
<D.P. - 개의 날>이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우리나라 웹툰 시장 진짜, 대단하다)
김 작가는 본인의 군 복무 시절
실제로 디피(D.P.)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그려냈다고 한다.
함부로 글을 쓰기 조심스러운 주제라서
딱 이 작품만을 가지고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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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드라마를 보는 내내 찝찝함이 감돈다.
일반적인 형사물, 혹은 추격물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대상을 잡아냈을 때의 희열감이 있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그런 통쾌함을 선사하지 않는다.
되려, 탈영병이 잡힐 때 뭐라 명명하지 못할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건, 탈영병들이 범죄자이거나 사회악과 같이
처단해야하는 대상이 아닌,
무관심과 병영부조리, 가정문제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힘겹게 선택한 마지막 옵션이 탈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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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갑갑함을 매우 간접적이고 미약하게나마
멀리서 느끼게 해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무 이유없이 폭력을 휘둘러대는 인간들과
그것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주변 인물들,
해당 사건을 조속히 수사하려 하기 보다는
덮기에 급급해서 빠르게 해치워버리고만 싶어하는 대장.
아무것도 모르는 가족들.
이 모든 것은 좌절과 분노를 극대화하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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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HBO드라마 <체르노빌>이 떠오르기도 했다.
<체르노빌>에서도 역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조 증상이 있었음에도
윗대가리(?)의 안이함과 사건을 덮으려는 이기심 때문에
결국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재앙을 불러오고야 말았다.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현실을 고증하는 드라마야말로 제일 무서운 공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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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담은 HBO드라마 <체르노빌>이다. 왓챠플레이가 참 퀄리티 좋은 외국 드라마를 참 잘 따온다. 수준 높은 드라마들 때문에 넷플릭스에서 왓챠플레이로 건너왔다. HBO에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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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상명하복식 문화도
"아직도 저런다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군대 안에서는 왕처럼 떵떵거리고
이유 없이 이병들을 학대하던 사람들이
현실에 나와서는 군대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장면은
참 역겨우면서 불쌍하기까지 했다.
디피라는 보직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되어 매우 신선했다.
무섭고 스트레스받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니,
마음 단디 먹고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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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와중에 호열 역을 연기한 구교환 배우님의 연기가
진짜 일품이고 감초같다.
심지어 정해인보다 구교환이 더 좋았다고 느낄 정도로
아주 찰진 연기를 해내는데,
이 무거운 주제 속에서 잠깐씩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소중한 역할이다..!
엄중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따뜻한 휴머니즘을 불어넣는달까.
덕분에 진짜 무서워질뻔한 순간들에 긴장을 탁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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