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함께 독서해요)/에세이 모음 ♡

[책추천]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허새로미 _매일 뱉는 언어에 대한 고찰

by 파랑코끼리 2020. 5. 14.
728x90
반응형

스페인 교환학생 시절, 한국인 학생이 나뿐이었기에 나는 반강제적으로 한국말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급속히 친해진 싱가폴 친구들과 동거수준으로 같이 붙어 지내면서, 영어가 내 주 언어로 등극했다

그 때, 그 시절

내 머릿 속은 정말 깨끗했다.

잡념이 없었달까.

언어의 미묘한 어미 사용과 뉘앙스로 인한 복잡한 해석 따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다.

내가 한 말은 그냥 그 말 자체로의 의미를 가졌고

나는 친구들의 한 말을 그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의 소통은 깔끔했고, 오해도 상처도 없었다.

나는 만성적으로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다.

소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중학교 때에는 친구가 툭 던진 한 마디에 혼자 상처를 입고

 말을 하루 종일 곱씹어보고,

하지만 그 말이 무슨 악의적인 가시를 내포하고 있는지 물어볼 용기는 없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과 관련해서 일상에서 겪을 법한 오해와 불편, 고민들을 한 번 다시 되새겨보고

어떻게 하면 더 말을 생각있게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을 한다.

 

 

 인상적인 문구들 

"말이, 언어가, 대화가, 거기에 필요 없는 감정을 끌어온다면 오늘부터 바로 인지하고 분류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한다."

본문 중

그렇다.

가끔은 말 자체가 불러 일으키는 감정들이 있다.

쓸모없는 감정.

그래서 말을 멈춤 없이 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지고 싸움이 격해지고 오해가 생기고,

그들 사이에 오가던 재잘거림이 침묵으로 돌변하곤 한다.

최소한만 말해놓고 상대가 알아듣기를 바라거나 알아들을 때까지 몰아가는 식으로 소통을 경색시키는 일이아주 안 좋은 버릇이다. 그냥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한 다음 물어보면 된다.
"지금 이 발화를 시작하려는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인가?" 라고 

본문 중

"김해에도 있어요?"

....?!?

공항에서는 참, 말을 하다 마는 사람들이 많다 (말하기 귀찮은가)

아니면 조용하게 읊조리면서 나에게 다 들릴거라고 생각하거나.

그래서 되물으면 도리어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래서 나는 진화했다.

청각과 눈치를 집중적으로 발달시켜 최대한 화를 면하려고 한다.

근데 저건 진짜. 듣고선 화가 나더라.

맥락에 전혀 관련이 없는, 내가 내용을 유추할 수도 없는,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말들을 내가 솎아내고 또 솎아내서, 그 말 속에 숨겨진 정확한 의미를 찾아내는 거.

난 그만하련다.

 

하지 못한 말과 혼란한 감정이 쌓이기 전에, 혹은 쌓인 후에라도
우리가 이해하는 말로 중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귀한 관계들을

본문 중

화해의 도구로서의 언어.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표현해야 할 말들도 하지 않던 때가 있었으나,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나를 표현하기에 가장 확실한 도구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기 전에.

남을 드세다고 표현하는 것은,
상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씁쓸함과 약간의 비통함 그리고 악의를 담아 좀 복수하듯이 이르는 소리다.
자기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는 게 나쁜 것일수는 없다.

본문 중

비열한 인간들이 있다.

본문에서의 '드세다'는 표현은 정말 약한 일례에 불과하다.

 

내가 즐겨보는 블로그 sumflower의 책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 -

"가끔 너한테 못되게 굴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지? 그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고?
그게 자기들 인생에 대한 지배력을 되찾는 지름길이거든.
명심해. 남들이 무슨 짓을 하든, 너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원인을 너한테서 찾지 마.
하, 그리고 사람들이 너에 대한 호감을 모욕으로 가리려고 하는데,
그건 주도권을 잃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하지만, 남을 아프게 하면 본인도 아파진다는 걸 그 사람들은 모르지. "

 

 

내가 정말 어떻게 느꼈는지 친구에게
입밖에 내서 설명하는 순간,
방향 잃은 나의 슬픔도 끝났다.

본문 중

감정을 입 밖에 내어 말한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상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상대가 그 감정을 받아들여줄지, 그 감정을 이해해줄지,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그 감정을 가볍게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지.

그러한 확신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간다.

말이라는 건, 그래서 참 중요한거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