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즈 <GIRLS>
<걸스>는 주인공 한나역을 맡은 Lena Dunham이
실제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출, 감독까지 한 드라마다.
<섹스 앤 더 시티>와 비슷한 구조지만, 고민의 종류는 매우 다르다.
HBO <걸즈>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의 여성들의 고민을 다룬다.
단순히 꿈을 이루는 데 겪은 어려움 뿐만 아니라,
이성과의 관계에서 겪는 문제들과 불완전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보통은 드라마를 볼수록 등장인물들에게 점점 더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여기에는 등장인물에게 화가 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배려가 없는, 감정을 용암처럼 분출해대는, 강렬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열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4명의 주인공 한나와 제사, 마르니, 쇼샤나를 보고있자면
공감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짜증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녀들은 각각 매우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나에게도 주인공 네 명의 성격 한 조각 한 조각이 조금씩은 녹아있는 기분이다.
겉으로는 정말 아름답고 젊은 여성들이지만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의 무게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 등장인물
한나(Hannah, Lena Dunham)는 강박증이라고도 불리는 OCD를 안고 있고,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경제적 궁핍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일을 하며 방황한다.
방황하던 중, 급여를 많이 주는 잡지사의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작가가 꿈이었던 많은 동료들을 만나지만,
그들이 3년, 5년, 새로운 작품 없이 그저 회사를 다니며
창의성을 잃고 꿈과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에
큰 실망감과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대로 퇴사를 결심한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자신은 "10년 후에 저런 모습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가
무모해보이면서도 경외스럽다.
알콜중독자 남자친구 아담(Adam, Adam Driver)과는 파괴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마침내 아담이 하나에게 몰입하기로 결심하고 둘의 사이는 매우 좋아진다.
아담이 마침내 오디션에 붙어서 브로드웨이 연극의 배역을 따내자 그는 바빠지고,
불안해진 그녀는 글쓰기 위한 대학원에 입학하기로 한다.
이 일로 인해 아담과 헤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그 둘 사이의 격렬하고 중독적인 관계가
보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한나와 아담을 응원하게 된다.
더욱이, 한나를 향한 아담의 순애보같은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나서
아담이 점점 좋아진다 :)
(물론 시즌5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마르니(Marnie, Allison Williams)는 계획적인 성격이라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일일이 지시하고 명령하기를 좋아한다.
그녀는 갤러리의 큐레이터로 일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해고된다.
그 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당황의 연속이다.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엉망이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한다'는 이유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나머지, 그에게 큰 상처를 주고 헤어지게 된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앱을 개발에서 크게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자,
다시 그의 주변에서 알짱거리고 다시 마음을 얻어낸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의 존재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가장 멀쩡해보이는 인물이지만
갈수록 가장 엉망으로 망가져가는 인물이라서
보기 고통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가수라는 꿈을 키워나가고
한 발짝씩 다가가는 모습이 애잔하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인생이 절대로 계획대로 완벽히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마르니가 제대로 보여준다.
쇼샤나(Shoshanna, Zosia Mamet)는 대학을 다니면서 레이라는 남자와 사귄다.
하지만 대학생인 쇼샤나는 큰 야망이 있었다.
자신이 뭔가 큰 일을 할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순간, 카페를 운영하는 레이가 한심하다고 느껴진 나머지 이별을 통보한다.
그녀는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졸업 후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면서 마음이 약해진다.
대학에 졸업할 즈음, 우리는 모두
사회에서 한 가닥 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어떤 오만한 마음과 기대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사회로부터 그러한 기대감을 처참하게 짖밟히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쇼샤나는 그런 실망감과 좌절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제사(Jessa, Jemima Kirke)는 약물중독이다.
그리고 이 친구들 중에 가장 엉망인 것 같긴 하다.
친구들이 필요할 때는 곁에 없어주고,
갑자기 만난 남자와 일주일 만에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보헤미안이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
그래도 제일 쿨해보인다.
# 명언들
십대 때 그렸던 것과는 다르겠죠.
쿨한 직장도 없고, 인어처럼 머리카락이 흩날리지도 않지만,
하나라도 진지하게 여기는 일이 있는 것, 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럼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을 것에요
-베이비시터 일을 하던 제사의 고용주 아주머니 (S1 E9)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걸 나도 원해요
나도 그런 모든 것들을 원해요.
난 그냥 행복해지고 싶어요.
- 한나의 말 S2 E10
Be the walker, Not the dog.
산책하는 사람이 돼. 개가 되지 말고.
남자에게 의존해서 살고 싶지 않잖아.
애인에게 결정권을 넘기지 말란 말이야.
- 일본 갈지말지 고민하는 쇼샤나에게 술집 아저씨 S4 E10
넌 밖에 나가서 뭔가 새로운 걸 찾아봐.
당장 나가도 새로운 것 열 개는 찾을 수 있을 거야.
했던 실수 또 하고, 옛날 생각 다시 하지 말고
매일 똑같은 바보랑 매일 똑같은 짓도 하지 마.
-한나에게 한나의 어머니 S4 E10
남자들이 나를 좋아해주는지에 따라 내 가치가 정해지는 기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엉망진창이고 구제불능이라는 기분,
친구로부터 '좋은' 친구라고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기분,
아이를 가진 후 젊었을 때의 모험과 도전과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 기분,
인생의 계획이 꼬여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는 기분.
드라마 속에는 색깔이 다른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있다.
생각이 많아지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정리해주는 드라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생각을 가진 그녀들에게 최소한의 공통점은 있다.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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