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은 거시 경제 지표의 움직임이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상관관계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주셔서 너무 좋다. 아침마다 오건영님 페이스북 에세이를 읽는데, 그것에 더해서 이렇게 책으로도 곁들여 읽다보면 확실히 시장을 보는 눈이 많이 키워지는 것 같다. 매우 유익하다.
이론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아지면 주가가 올라가고, 회사들은 투자를 많이하면서 돈의 값이 올라가면서 금리도 올라가는 원리다. 하지만 요즘에 들어서 이 원칙적인 상관관계는 깨지고 있다.
양적완화
2008년 금융위기 때, FED는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낮아진다. 시장에 FED가 풀어놓은 돈만큼 유동성이 공급되고, 그 돈이 주식시장에 몰려 주가가 회복된다. 양적완화는 금융위기 때 최초로 등장한 이례적인 정책이다.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트럼프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기업에게 세금을 줄여준 만큼 투자를 많이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기업들은 당시 불안정한 국제 정세(미중갈등)를 경계하며,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주들만을 위해 돈을 썼다.
* 다른 나라들이 미국처럼 자국 통화의 유동성을 마구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래 3가지 부작용 때문이다.
1. 수입물가 상승
2. 달러 빚 부담 상승
3. 외국인 환차손 우려로 자금 이탈
이렇게 대외 관계적 문제로 인해, 마음대로 양적 완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통화가 국제적 통화로 올라가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통화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오게 되면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사들이는 통화이다. 위안화도 그러한 세계적 지위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금융시장이 매우 발달하여,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매우 많아져야겠지. 그 중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원유 등 원자재를 위안화로 거래하는 길을 트는 것이다. (페트로 위안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세계 원유 및 원자재의 99%가 달러로 거래된다.)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위 글과 같은 결에서, 한국은행은 양적완화를 할 수 없다. 현재 기준금리 0.5%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다. 기준금리보다 시중금리가 높아지면, 한국은행은 국채(장기국채)를 매입하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떨어트린다. 반면 금리가 너무 떨어지면,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단기채권)을 발행하여 유동성을 다시 회수한다.
반면, FED가 하는 것을 양적완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FED는 현재 0%의 기준금리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오직 장기국채와 회사채 1200억 달러 목표 수량 만큼 매수하는 것만을 향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거래에만 적용되는 금리이다. 일만 국민들이 가입하는 예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아닌 것이다. 양적완화가 필요한 시점에,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돈을 풀려고 하지만 시중은행은 돈을 떼일까봐 잘 대출을 해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을 자꾸만 중앙은행에 예치해두려고 한다. 중앙은행은 그 돈을 다시 시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때려서, "자꾸 나한테 예치해두면 니 돈 떼간다" 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구조
은행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 대출을 해주고 그 장단기 금리차이를 수익으로 얻는다.
FED와 정부의 공조
FED의 통화정책의 포인트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단, FED는 신용도가 높은 대상인 시중 은행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들고 있는 국채를 FED가 매입하는 것으로 공급이 이루어진다.
반면, 정부의 재정정책의 포인트는 서민경제에 돈을 직접 지급해주는 것이다. 이건 진짜 그냥 뿌리는 돈이다. 돈을 뿌리기 위해서는 재정 마련이 필요하고, 그 방법으로는 두 가지(증세, 국채발행)가 있다. 국채를 발행할 경우, 시중의 돈을 빨아들여서 오히려 민간투자를 쫓아버리는 '구축효과'라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FED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장기국채를 발행해서 받은 돈을 재정정책에 사용한다. 그 국채는 FED가 매입해준다. 결과적으로 FED가 미국 정부에 돈을 주고 장기국채를 사주는 꼴이 된다. 하핳
*기준금리의 실효하한 : 기준금리를 낮춤으로써 얻으르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는 레벨을 뜻한다.
인플레와 디플레
인플레는 물가가 올라, 통화가치가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좋은 인플레이션은, 소득이 올라 수요가 높아져 물가가 상승하는 그림을 말한다. (수요 견인 인플레)
나쁜 인플레이션은, 터키 리라화처럼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어 자국통화가치가 떨어지고, 그에 따라 수입 물가가 상승하여 발생하는 인플레다. (수입물가 상승발 인플레)
혹은 1970년 석유파동 당시와 같이, 국제 유가가 올라 기업의 원자재 비용 부담이 커지고, 그에 따라 제품가격도 함께 상승하여 발생하는 인플레다. (비용 인상 인플레)
디플레는 물가가 내려, 통화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식 경기침체 버블붕괴 사태를 들 수 있다. 당시 주택가격이 폭락하여, 주택을 사기 위해 부채를 진 사람들의 부담이 높아졌다. 이자를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제품 수요가 줄자 기업들은 고용을 줄인다. 소득이 줄고, 물건이 안 팔리니 물가도 하락한다. 대표적인 악순환이다.
지금은 '과도한 부채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미국으로 시작하여 유럽, 중국까지 거대한 부채의 늪에 빠져있다.
그런만큼, 화폐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곧 부채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의 목표는 한 가지, '완만한 인플레이션'인 것이다.
*미국 FED는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두 가지를 시도했다.
1. 대칭적 물가목표제 (물가 상승뿐 아니라 하락도 신경쓰겠다, 2017년)
2. 평균 물가목표제 (물가상승목표에 미달한 연도들도 포함해서 평균 2%일 경우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 2020년)
그럼, 도대체 왜 돈을 풀어도 물가가 잘 오르지 않을까?
디플레의 늪에 자꾸만 빠지는 이유를 알아본다. 총 5개의 이유가 있다.
1. 아마존 효과 : 사람들이 최저가 소비를 할 줄 알게되면서, 최저가 공급자가 시장을 점유한다. 물가 낮아진다.
2. 장기 저유가 : 미국 셰일사업이 2014년 이후 급성장하며서 더이상 OPEC의 마음대로 원유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 원자재 가격이 이렇게 낮으니까 물가도 같이 낮게 유지된다.
3. 구조조정 지연 : 저금리 사태가 이어지면서, 부채를 갚지 못하면서 상태도 안 좋아 파산해야 하는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간신히 살아남아 저가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4. 빈부격차 확대 : 금리가 낮은 만큼, 기업이 대출을 많이 해서 투자를 많이 하기를 기대했지만, 이 돈을 오히려 부동산같이 안전한 곳에 투자한다. 그리고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자신의 주주들 배 불려주는 일에만 돈을 사용한다. 결국 자산가격이 크게 뛰게 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된다.
5. 환율 전쟁 : 자국 통화가치가 낮아야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서 수출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고, 물가는 같이 떨어진다.
미국 FED의 잘못된 통화정책의 역사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이제는 국채를 담보로 맘대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선포한다. 달러 공급이 많아지니, 달러 가치는 하락한다. 그리고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은 상승한다. 게다가 당시 OPEC이 원유 공급을 축소하는 결정까지 내렸고, 국제유가는 폭등한다. 미국은 이렇게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갇히게 된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당시 미국이 한 짓은, '경기를 박살내더라도, 물가를 잡자'였다. 그래서 유동성을 막 회수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금리는 오르고 달러가치가 오르고 유가는 내렸지만, 경기 침체에 접어들게 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둔화 + 인플레이션 = 물가는 상승하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2008년, 또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한다. 당시 달러 공급량이 많아 달러가 약세였다. 그래서 원자재 가격이 높았다.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FED는 급하게 금리를 인상하여 인플레에 대응한다. 금융위기 2개월 전에 말이다! 그래서 망.
이런 일련의 사태들에서 큰 코를 다친 미국은,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를 선언한다. 앞으로는 금리 인상하기 한참 전에 미리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금 시장에서는 파월의장이 매우 열심히 포워드 가이던스를 해주면서, 올해 말쯤부터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고를 하고 있다. 지난 FOMC 결과를 보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정도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위원들의 점도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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